남성중심적 이집트 바꿀 98명의 여성 판사들
[경향신문]
최고 행정법원에 사상 최초 임명
일반 법원 여성 판사 등 법조계
수년간 이의제기로 대통령 수락
사법부 ‘성차별적 판결’ 변화 기대
이집트 최고 행정법원인 국무원에 사상 최초로 여성 판사들이 임명됐다. 이로써 이집트에서는 모든 사법기관 판사직에 여성이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집트 여성들은 여성 판사들의 임용으로 남성중심적이었던 각종 판결과 행정부 제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뉴스는 20일(현지시간) 기자 국무원 건물에서 여성 판사 98명이 전날 판사 임용 선서를 마친 뒤 정식 임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취임한 여성 판사인 라드와 헬미는 “이것(여성 판사 임용)은 과거 세대와 우리 세대의 꿈이었다”며 기뻐했다. 이날 새로 임용된 여성 판사들은 정장에 판사 배지를 달았고, 일부는 국무원 건물에서 다른 여성 동료들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1954년 세워진 국무원은 정부의 행정 처리에 대한 사법 심사를 맡는 곳이다. 이집트 사법부 인사를 담당하는 최고사법위원회는 국무원이 세워진 이례로 지금까지 국무원 여성 판사 임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지 여성인권 운동가 옴니아 타헤르 가달라는 “여성의 자리는 집이라는 남성들의 인식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여성 국무원 판사 임용으로 이집트 사법부의 법적 해석이 바뀔 수 있을지도 주목되고 있다. 그간 이집트 재판관들은 남성중심적이며, 성차별적인 판결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벨리댄스를 춘 여성 사마 엘마스리는 음란과 부도덕을 부추긴 혐의로 징역 3년과 벌금 30만이집트파운드(약 2200만원)를 선고받았다. 당시 BBC는 “최근까지도 성폭력 피해 여성이 성적 규범을 어겼다며 처벌받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특히 현지 여성단체들은 최고 행정법원인 국무원의 변화로 이집트에 남아있는 성차별적인 정부 제도나 규칙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집트에서 재혼한 여성은 전남편과 낳은 아이 양육권을 박탈당한다. 또한 남성은 자유롭게 법적 이혼을 요구할 수 있지만 여성은 법원을 통해 이혼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무원에 여성 판사가 발을 들일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다른 여성 법률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2014년 이집트 헌법 개정에 참여한 이집트 인권변호사 모나 줄피카르는 개정된 헌법에 정치와 시민 활동에 있어서 남녀평등과, 사법기관에 여성이 임명될 권리를 보장하는 조문을 추가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일반 법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판사들과 변호사, 법대 교수들도 국무원 여성 판사 임용을 허락해야 한다며 지난 수년간 꾸준히 사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국무원에 여성 판사 임용을 허락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다. 최고사법위원회는 지난 6월 엘시시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이집트 여성들의 법조계 진출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집트에서 매년 여성 수백명이 법학 학위를 따지만 여성 임용을 꺼려 이 중 판사로 임용되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 판사 중 여성 비율은 약 0.5%에 불과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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