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머리카락 기부한 경찰 "딸 또래 소아암 어린이들 돕고 싶었죠"
[경향신문]
“딸 또래의 어린 아이들이 아픈 모습을 보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어요.”
대구 성서경찰서 소속 죽전파출소에서 일하는 장혜영 경사(42)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기부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연히 방송을 통해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이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건강한 사람의 모발로 가발을 만들어 아이들을 돕게 된다는 말에 장 경사는 2017년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기꺼이 기부했다. 머리카락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파마나 염색도 하지 않았다는 그는 지난 13일 백혈병소아암협회 등에 두 번째 모발 기부를 했다. 올해는 일곱살짜리 그의 딸도 엄마를 따라 6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또래의 아픈 아이들을 위해 잘랐다.
올해 14년차인 장 경사는 경찰관이 된 이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손길을 내미는 데 적극적이다. “어느 곳에 있든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그의 삶의 목표에 따라서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1기 출신인 장 경사는 2003년 졸업하자마자 육군 학사장교에 지원했다. 그는 전국에서 5명을 뽑는 헌병 장교 중 1명이 됐다. 이후 장 경사는 3년의 의무복무 기간 동안 소대장과 참모직을 마치고 중위로 제대했다.
장 경사는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체육대학을 나왔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체력이 좋았고, 제복을 입는 일이 멋져 보여서 자연스럽게 경찰과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고등학교 때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그때의 아쉬움을 대학 졸업 후 달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제대 후에는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08년 경찰관이 됐다. 전공과 적성에 꼭 맞는 직업을 택한 것이다. 장 경사는 2008년 국제구호기구를 통해 해외 아동과 결연을 맺어 올해로 13년째 후원하고 있다. 또한 그는 헌혈을 71차례나 했고, 사후 장기기증도 약속한 상태다.
장 경사는 “앞으로도 머리카락 기부 등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맡은 경찰 업무에 충실하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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