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마약 합법화'는 실패"

박은하 기자 입력 2021. 10. 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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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슈피겔, 마약조직의 테러 등
범죄 온상 ‘나르코 국가’ 진단

네덜란드 범죄 전문 탐사기자 페테르 R 더프리스(64)는 지난 7월6일 머리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 숨졌다. 앞서 마약조직 관련 사건 재판의 주요 증인인 ‘나빌B’의 국선변호사 데르크 비에르숨도 암살을 당했다. 두 죽음 모두 모로코 이민자 출신 마약조직 두목 리두안 타기가 배후로 지목된다.

네덜란드에서 현재 마약조직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은 가명으로 활동한다. 언론인뿐 아니라 마약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 판사들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마약문제를 탐사취재한 언론사 건물에 트럭이 돌진하는 등 언론인 상대 테러도 잇따르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0일(현지시간) ‘마약에 대한 관용정책을 펼치다 마약조직의 테러로 급격하게 미끄러진 네덜란드’란 제목의 온라인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슈피겔은 네덜란드의 관대한 마약정책이 네덜란드를 ‘나르코 국가’(마약에 찌든 국가)로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네덜란드는 1976년 아편법 제정 이후 마약을 합법화했다. 마약중독자가 급증해 사회문제가 되자 헤로인 등 비교적 중독성이 약한 마약을 합법화하는 대신 마약의 가격을 낮추고 세금을 매겼다. 음성적 마약조직들의 수익률을 낮추고 마약중독자들이 더 위험한 약물에 손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실제 아편법 시행 이후 몇년간 중독성이 강한 약물중독자들이 줄어들기도 했다. 마약거래는 정부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이 같은 접근은 2000년 시작된 성매매 합법화와 더불어 ‘네덜란드식 실용주의’로 불리기도 했다.

슈피겔은 네덜란드식 실용주의의 다른 이름은 위선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의 마약조직들이 네덜란드로 모여들었고 네덜란드 마약시장은 덩치를 키웠다. 중독성이 약한 마약의 맛을 본 고객들은 더 강한 중독성 있는 마약을 요구했다. 마약조직은 2010년대부터는 직접 마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고교생 시절부터 거리에서 합법 마약을 팔던 마약왕 타기는 코카인 등 중독성 강한 마약 제조에 뛰어들면서 네덜란드 마약조직의 거두가 됐다. 마약범죄를 연구해 온 레이덴 대학 피터 톰슨은 “유통이 허용된다면 제조에도 손을 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작은 정부 원칙도 문제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2010년 경찰 예산 25%를 감축하는 등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네덜란드 정부의 마약 대응능력은 더욱 떨어졌다. 네덜란드 경찰노조는 2019년 연간 300만건의 마약범죄가 은폐되며 현재 인력으로는 마약조직 9개 중 1개만의 수사에도 벅차다는 일선 경찰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7년 기준 네덜란드의 합법적 마약시장 규모만 1890억유로(약 259조원)이다. 독일연방경찰청은 “독일 내 마약범죄의 상당수가 네덜란드와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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