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두환 옹호' 마지못해 사과

유정인·심진용 기자 입력 2021. 10. 21. 21:17 수정 2021. 10. 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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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감 표한다”에도 논란 계속에
4시간 지나 SNS에 “송구하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입장 갈려

대구·경북 토론회 참석한 윤석열.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이 ‘전두환·5공화국 옹호’ 논란 사흘째인 21일 유감을 표명했다. “옳지 못했다” “송구하다”고도 했다. 사과를 거부하는 기조에서 물러났지만 “무책임한 유감 표명”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 유력주자의 역사관 부재 논란으로 ‘5공의 강’에 끌려들어간 국민의힘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정당의 어두운 과거사가 대선 경선 전면에 불려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기 전 “(문제가 된 발언의)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헌법 개정을 할 경우 5·18(민주화운동)정신을 4·19(혁명)정신과 마찬가지로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후 “아무리 내가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국민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라며 발언취지는 정당했다는 기조는 유지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앞뒤 빼고 (비판)한다”(19일), “곡해해서 말하지 말라”(20일)고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할 만한 말, 국민이 아니라면…” 고개만 꺾고 고집 안 꺾어

캠프 참모들과 함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마지못해 ‘사과’
‘정면돌파 → 해명’ 누적돼
‘대선 주자감’ 의구심 증폭
호남 달려간 이준석 대표
“전두환은 정치 아닌 통치”
김재원 “배울 점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4시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재차 입장을 밝혔다. 그는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면서 “독재자의 통치 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존 입장에서 ‘유감’ 표명을 거쳐 한 단계 더 물러선 것이다.

이날 두 차례 입장 표명으로 수습을 시도했지만 논란의 불씨가 꺼질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이 거듭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는 뜻을 고수하면서 입장 표명은 적기를 놓쳤다. ‘문제발언→정면돌파→해명’ 사례가 누적되면서 메시지 전달력, 역사인식, 수습 능력에 의구심을 확산시켰다.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야권 빅플레이트론(큰 접시)’, 중도확장을 강조해온 초반 메시지와 모순된 행보이기도 하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발언 당일 수습했어야 하고, 늦어도 (20일) 방송토론에서는 정리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건 맞다”면서 “윤 전 총장 본인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확고하고,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인데 사과할 일이냐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사과 수위를 두고 자칫하면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확히 사과할 경우 윤 전 총장이 전직 대통령 전씨를 두둔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총선에서 ‘광주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주동식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을 광주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앉혔다가 해촉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주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해 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선출을 보름 앞두고 ‘5공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당도 어수선해졌다. 이준석 대표는 ‘5공 단절’ 노력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 발언과 선을 그은 반면 지도부에서는 전두환 정권의 ‘공’을 5·18과 분리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전남 여수·순천을 찾아 “윤 후보가 어떤 취지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전달이 됐겠지만, 그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전 전 대통령은 ‘통치’를 했을 뿐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희 당에서 정치를 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 최대한 고민해서 발언을 해야 한다”고 경고 메시지도 냈다.

반면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최고위원은 “모든 것이 암울했던 5공 전두환 정권이었지만, 적어도 부동산·원전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훨씬 더 암울하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두환 시대 때 경제정책은 일류 수석에게 맡겼다”고 했다. 전씨의 인재 용인술은 배울 점이 있다는 발언이다.

당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거듭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 “제가 당 대표였다면 (윤 전 총장은) 제명감”이라면서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무책임한 유감 표명으로 얼버무리는 행태가 한두 번인가. 참 어리석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 ‘사과’ 요구를 받았던 어제 인스타그램에 돌잡이 사진을 올렸다”면서 “국민을 조롱하는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도, 국민의힘 후보 자격도 없다”고 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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