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전통적 '삶의 도구'를 빚다

김예진 2021. 10. 21. 21: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드러운 곡면을 따라 빛이 반짝인다.

곡면에는 정교하고 세밀하게 새겨진 필선이 금잔의 형태만큼 유려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여러 형태의 뻐꾸기로 꾸며진 백동등잔대는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취두)가 연상되는 동시에 금속공예가의 기예를 뽐낸다.

배흘림기둥이 연상되는 형태의 촛대는 가느다랗게 뻗어, 단아하면서도 꼿꼿한 사람의 자세를 닮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동명장 조성준 작가 개인전
1500년전 백제 동탁은잔 재현한 금잔
요강·대야·백동촛대 등 30점 공개
화려함 보다는 소박한 작품들 많아
"장인이기 보다 쟁이로 불리고 싶다"
금잔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조 작가. 조성준 작가 제공
부드러운 곡면을 따라 빛이 반짝인다. 곡면에는 정교하고 세밀하게 새겨진 필선이 금잔의 형태만큼 유려하게 춤을 추는 듯하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자아낸다. 백동명장 조성준 작가가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청동받침 은그릇(동탁은잔)을 재현해 만든 금잔이다. 봉우리 사이를 봉황과 사슴이 뛰놀고 연꽃 위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용의 문양으로, 신비로운 백제의 동탁은잔이 1500년 시공을 뛰어넘어 관람객 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백동명장 조성준’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인사이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조 명장의 금·은잔과 접시, 육각백동촛대, 요강, 백동대야, 백동등잔대, 백동초꽂이, 바늘집 노리개, 장도 노리개, 비녀자물쇠, 옥장도, 비취장도 등 작품 30여 점이 공개된다.

백동은 ‘저머니 실버(Germany Silver)’라는 학명의 니켈 합금으로, 100원짜리와 500원짜리 주화에 들어가는 금속 재질이다. 독일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말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단단하고 비싼 재료로, 공예 재료들 중에서는 까다로운 소재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다루는 이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제99-17호 대한민국 명장(금속공예)으로 지정되고 2011년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은 조 작가는 사라져가는 백동 공예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는 인사다. 그는 국보 제42호 목조 삼존불감 금속경첩 보존수리를 하기도 했다.

작품들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물씬 풍긴다. 여러 형태의 뻐꾸기로 꾸며진 백동등잔대는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취두)가 연상되는 동시에 금속공예가의 기예를 뽐낸다. 배흘림기둥이 연상되는 형태의 촛대는 가느다랗게 뻗어, 단아하면서도 꼿꼿한 사람의 자세를 닮았다. 육각백동촛대는 2011년 대통령상 수상 당시 제작기법이 뛰어나고 배흘림기둥과 조립기법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백동등잔대
육각백동촛대
그러나 조 명장은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들보다 단순한 형태로도 아름다움이 뒤처지지 않는 작품, 또는 실생활에 밀접하게 쓰이는 소박한 작품들에 더 의미를 부여했다.
요강
조 명장은 “화로와 요강, 백동대야에 특히 의미를 두고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대부 집안에서 딸을 시집보낼 적에, 가는 길에 가마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손화로와 요강을 가마 속에 넣어주었다”며 “선조들의 삶이 잘 느껴지는 물건들”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기법이 높이 평가받았던 육각백동촛대에서도 그는 다른 의미를 더 강조했다. 그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문양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저 어떤 장난질도 없이, 문양도 없이, 꼿꼿한, 듬직한, 깨끗한 육각형이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며 “곧은 마음가짐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은잔
공예는 예술 분야 중에서도 실생활과 가장 가까운 분야다. 공예가인 조 명장 역시 삶과 밀접한 예술이라는 공예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전시 중인 작품 모두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예술 감각이 있으면서도 실제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쓸 수 있어야 가치가 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장이라 불리는 자신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장인’이라고 하지만, ‘장인’이라기보다는 ‘쟁이’이고 싶다”며 “‘쟁이’로서의 손재주를 그저 사람들에게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6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