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지 않는데 '한복의 날'이네요"..광장시장 가보니 [르포]

최아영 2021. 10. 21. 20: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내 한복매장. [사진 = 최아영 기자]
"위드 코로나요? 입에 풀칠도 못하는데 지금이라도 장사 그만두고 싶어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2층 한복 상가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의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96년 제정된 '한복의 날'이었다.

결혼 성수기인 가을 대목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한복상가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먹자골목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던 1층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몇 바퀴를 돌았지만, 소비자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30여년간 한복을 판매했다는 A씨는 "폐점 점포가 한두개가 아니다. 영업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금방 접고 나갔다"며 "저는 오래 운영했고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점포 옆에는 텅 빈 매대만 남아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복 상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상인들은 침체 원인에 대해 한복 입지 않는 문화 등 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어려움을 배로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2층 한복상가 곳곳이 비어있다. [사진 = 최아영 기자]

5년 전부터 한복 가게를 운영했다는 B씨는 "모든 걸 다 쏟아부어 오픈했는데 3년 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다"며 "흔히 말하는 '투잡(two job)'을 뛰며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10쌍이 결혼하면 1쌍 정도 한복을 맞출까 말까 한다더라. 보통 혼주만 한복 대여해간다"고 설명했다.

광장시장은 1905년 광장주식회사 설립과 함께 시장 개설 허가를 받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전통시장이다. 1980년대까지 한복과 원단 전문시장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날 혼수 판매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50년 동안 혼수를 판매했다는 C씨(80)는 "임대료라도 벌어야 할 텐데 보시는 것처럼 완전히 멈췄다. 원래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었다"며 "다들 집 밖을 나오지 않으니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기·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D씨(78)는 "예전에는 (점포가) 서로 들어오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일단 나가면 들어오지를 않는다"라며 "하루 수입이 없을 때도 많았다. 서너명 지나가면 오늘 하루가 끝난다"고 말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D씨는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계속 나아질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이제는 마음을 내려놨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먹자골목. [사진 = 최아영 기자]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매월 넷째 주 일요일을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해 시범 운영한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서다.

중기부는 오는 24일과 11월 28일 전통시장 가는 날 분석을 통해 내년부터 정례화할 계획이다. 전국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매월 둘째주와 넷째 주를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로 운영하는 점을 고려해 날짜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준희 중기부 전통시장육성 과장은 "비대면 거래 확산이라는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는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상인 고령화, 변화에 대한 어려움 등 전통 시장 디지털화가 더딘 측면이 있어 현장형 소비 촉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