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다음엔 히어러블.. 아버님, 보청기 대신 이어폰 해드릴게요
미국 애플은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활용해 사용자의 청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외부 소리 중에서 사람 목소리만 키워서 들려주고, 소음은 제거해주는 식이다. 보청기는 난청 환자들의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200만~300만원대의 가격이 부담이다. 하지만 250달러 수준인 에어팟이 보청기 기능을 갖추면, 난청 환자 누구나 세상과 쉽게 소통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에어팟에 보청기 기능이 탑재되면 미국에서만 2900만명에 이르는 난청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를 보청기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웨어러블(착용형) 기기가 ‘헬스케어 혁명’을 앞당길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심박세동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심전도 기능이 스마트워치에 탑재됐고, 체지방 분석과 혈중 산소 측정 기능도 기존 의료기기 수준으로 정확도가 높아졌다. 손목에 두르고 귀에 꽂는 웨어러블 기기가 주치의를 대신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귓속 주치의 ‘히어러블’
현재 헬스케어 기술 개발이 가장 활발한 것은 이어폰처럼 귀에 꽂는 히어러블(hearable) 기기 시장이다. 애플은 에어팟의 고급형 모델인 에어팟 프로에 체온 측정 센서를 탑재한 버전을 만들고 있다. 김영수 연세대 약대 교수는 “체온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질병에서 1차적인 이상 신호”라며 “특히 귓속은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신체 부위”라고 말했다.
사용자의 자세를 감지해 이를 바로잡아주는 기술도 상용화됐다. KAIST 박사과정 학생들이 만든 스타트업 비플렉스의 블루투스 이어폰 ‘비플렉스 코치’는 걷기나 달리기를 할 때 자세를 교정해준다. ‘왼쪽 발구름이 더 약하다’ ‘걸을 때 머리 각도가 낮다’ 같은 멘트를 실시간으로 들려준다. 박대인 비플렉스 공동창업자는 “가로세로 2.5㎜ 크기 동작 감지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이어폰에 탑재해 좌우 균형, 충격량 등 20가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자세를 교정해준다”면서 “첨단 연구실의 계측 장비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가 95%에 이른다”고 말했다.
IT 업체들과 의학계가 히어러블에 주목하는 것은 귓속 피부가 인체 어떤 부위보다 혈관·신경과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전자학회가 발간하는 과학 전문지 IEEE스펙트럼은 “히어러블 기기 표면에 전극을 장착하면 귓속에서 뇌파를 읽어 스트레스나 불안을 감지하고 땀의 양과 구성 성분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히어러블로 우울증과 뇌전증을 완화하고 귀울림(이명)을 줄이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규제 장벽 낮추는 보건 당국
걸음수 측정이나 칼로리 소모량 표시에 머무르던 스마트워치의 헬스케어 기능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에 혈압계와 혈당측정 기능을, 애플은 애플워치와 아이폰에 부정맥과 인지저하 진단 기능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웨어러블용 헬스케어 기술개발 전문 기업도 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 발렌셀은 심박수, 혈중 산소 농도, 혈압, 심박수 변동성, 호흡수 등을 측정하는 전용 센서들을 개발해 보스, 소니, 순토, 자브라 등 글로벌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보건 당국도 규제 장벽을 낮추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년 넘게 유지해온 보청기 심사 기준을 내년 대폭 개선한다고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전문 의료기기 업체가 의사의 처방을 받은 경우에 한해 보청기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테크 기업들도 인증만 받으면 소매 판매가 가능해진다. 심전도, 혈압, 정신진단 등에 활용되는 의료기기 조건도 대폭 완화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테크 기업들의 센서나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높아지면서 전문 의료기기와 비슷한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이나 노령층 증가도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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