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완의 성공' 거둔 누리호 발사, 우주개발 첫발 뗐다

입력 2021. 10. 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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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16분 만에 고도 700㎞에 모형 위성을 올려보냈다. 3단 엔진 작동이 조기에 종료돼 목표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키지 못했지만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2011년 4월 누리호 사업을 시작한 지 11년7개월 만에 올린 개가이다. 이로써 한국은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스스로 쏘아올릴 수 있는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누리호가 이날 일군 성과는 크다. 보통 새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모델이 첫 발사 때 목표 궤도에 도달한 확률은 30%가 안 된다. 그런데 누리호는 첫 번째 시도에서 목표 고도까지 위성을 보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우주발사체까지 전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우주발사체는 수많은 과학기술 인력이 참여하고,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국가적 프로젝트이다. 한국이 2013년 1월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발사체 나로호는 핵심 기술을 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반면 누리호는 엔진과 발사대를 포함한 대부분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영하 183도에서 3500도에 이르는 발사 과정에서 37만개 부품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작동하게 하는 기술을 8년여라는 짧은 기간에 일궈냈다. 항공우주연구원을 비롯한 300여개 기업과 1000여명의 과학·기술인력의 노고를 치하한다.

누리호 개발 성공이 파생시킬 가치는 엄청나다. 기술 집약체인 우주발사체는 항공·전자·통신·소재 등 다양한 산업에 다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장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사업에 쓰일 위성을 비롯해 10년간 쏘아올릴 위성 100여개는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발사할 수 있게 됐다. 6G 위성통신을 준비하는 국내 통신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도 기대된다. 민간기업이 대거 개발에 참여한 경험은 우주 산업을 활성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투입한 2조원의 가치가 아깝지 않다.

누리호 발사로 한국은 진정한 우주개발 시대를 열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위성의 궤도 안착 임무를 안고 2차 발사에 나서는 등 5차까지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2016년 시작된 달 탐사 프로젝트는 내년 궤도선 발사, 2030년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개발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다. 우주산업의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정부가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우선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관련 예산부터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인력 양성과 충원도 절실하다.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우주개발 및 산업을 총괄할 독립적인 기구 설치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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