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오물통' 가혹행위 사망..여전히 사과 없는 군
[뉴스데스크] ◀ 앵커 ▶
군에서는 과로사로 처리했지만 오물통에 강제로 들어가는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숨진 사실이 37년이 흘러 밝혀진 최 모 소위의 넋을 기리는 진혼식이 오늘 열렸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물론 이걸 은폐했던 군은 아직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3살 꽃다운 청년 장교의 사진 앞에 반지 하나가 덩그러니 놓였습니다.
지난 1984년 임관 한 달도 채 안 돼 유격 훈련 도중 숨진 故 최승균 소위의 묘역.
어느덧 환갑을 넘긴 누이가 찾았습니다.
[최정은/故 최승균 소위 누나] "애지중지, 굉장히 애지중지했어요. 대한민국 ROTC (반지를요.)"
3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교관들의 무자비한 폭행에 시달리던 최 소위의 고통은 동기들에게도 여전히 상처로 남았습니다.
[김태연/故 최승균 소위 임관 동기] "저하고 눈이 마주쳤는데, 누런 코를 흘리고 있더라고요. '정신차려 임마'라는 얘기를 못 한 것이 지금까지 그 친구한테 제일 미안합니다."
교관들은 최 소위에게 잔반물이 고인 이른바 '선녀탕'을 뒹굴게 하고, 거꾸로 매달아 놓고 고춧가루 푼 물을 부었습니다.
지독한 폭행과 가혹행위, 결국 그는 숨을 거뒀습니다.
[박형순/故 최승균 소위 내무반 동기] "부검한 사진을 봤어요. 거의 여기 하반신이 정말 지금도 생생해요. 까매요. 까매. 파랗다 못해…"
하지만 당시 군은 유족에게 "최 소위가 TV를 보다 갑자기 숨졌으며, 사인은 과로사"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헌병대 조사에서 몇몇 동기들이 교관들의 폭행과 가혹행위 사실을 알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박형순/최승균 소위 동기] "(헌병대에) 제가 울면서 그랬어요. '이렇게 맞아 죽었다.' 그 당시 5공 (군사정권) 시절이니까 군대 가서 죽는 건 개죽음이다."
군사망사건진상규명위 조사를 통해 뒤늦게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 또 진실을 은폐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은 논의조차 없습니다.
군은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정은/故 최승균 소위 누나] "최승균 소위 제 동생을 기억하시고… (군에서) 사과 한마디도 없고, 연락조차 없고 그런 건 아니지 않나요."
당시 가해자와 관련자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공소시효 10년도 지나 처벌이 힘들다는 게 군의 입장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송록필 / 영상편집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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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훈 기자 (jd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09026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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