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클라우드 본게임 이제 시작 .. 기업 혁신·글로벌 확장 도울 것"
HMM·하나금융 등 대기업 고객 속속 확보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30개나 운영
연내 8개 추가.. 내년까지 44개로 확대키로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탐송 한국오라클 대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죽는 게 시간문제다. 비교적 출발이 늦었던 오라클이 클라우드에 올인하는 이유다. 이제 막 시작된 클라우드 본 게임에서 승리하고, 국내 기업들의 혁신과 글로벌 확장을 뒷받침하겠다."
탐 송 한국오라클 대표는 이처럼 자신감에 찬 어조로 클라우드 분야에서의 성공을 강조했다. 2019년 5월 취임한 송 대표는 DB(데이터베이스), ERP(전사적자원관리) 등 전통 IT 기술에 강했던 회사를 클라우드 기업으로 바꾸는 데 집중해 왔다. AWS(아마존웹서비스), MS(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구글 등은 이미 앞서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라클은 래리 엘리슨 회장을 중심으로 전속력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엘리슨 회장은 선두기업 AWS를 직접 겨냥해 "엔터프라이즈 기업, 중대 업무시스템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는 오라클만 할 수 있다"며 투자를 쏟아부었다.
송 대표 역시 "오라클이 준비되지 않으면 한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며 공공, 금융, 대기업 등 대규모 IT시스템 운영 고객들에 필요한 클라우드 솔루션을 소개해 왔다. 그는 "이제 막 클라우드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업이 오라클"이라며 "성능과 가성비, 데이터 솔루션과 자율운영 기술의 강점을 토대로 시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코로나19가 기회를 줬다"= 코로나19 발발 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년간 할 변화를 불과 2~3개월 만에 해내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오라클에도 코로나는 도약의 계기가 됐다.
송 대표는 "코로나 덕분에 대표적인 고객을 새로 확보했다. 바로 영상회의 솔루션 기업 '줌'"이라면서 "하루 1000만명 정도가 사용하던 서비스였던 줌은 코로나 상황에 갑자기 일 사용자가 3억명으로 늘었다. 전통 IT 기술로는 불가능한 확장을 가능케 한 게 바로 클라우드"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코로나는 클라우드가 갖는 '비즈니스 민첩성'의 가치를 제대로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비용절감에 집중했던 1세대 클라우드와 달리 민첩성과 확장성,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터넷, 게임, e커머스 기업 등이 주도하던 클라우드 전환이 최근 공공, 금융, 대기업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성능과 보안, 안정성 기준이 훨씬 높은 시장에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겠다는 게 오라클의 각오다.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다져온 강한 입지와 DB 시장의 지위, 클라우드의 가성비를 무기로 충분히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라클, 클라우드로 180도 방향 선회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30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8개를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까지 총 44개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짧은 기간에 서울, 춘천 2개 클라우드 리전을 오픈했다. 이를 통해 민감한 데이터 이슈나 재해복구 수요에 대응하고, 다양한 기업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송 대표는 "다소 늦었지만 변화해야 한다고 판단하자마자 회사의 행로를 180도 선회해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 이제 메이저 기업 중 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2세대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1세대 클라우드의 단점을 보완하고 성능과 보안성을 높인 것이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세대 클라우드의 강점에 전통적으로 강한 데이터 기술, ERP(전사적자원관리)를 포함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IaaS(인프라 서비스)와 PaaS(플랫폼 서비스), SaaS(SW서비스)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오라클의 전략이다. ERP, 공급망관리, 인적자원관리, 광고·고객경험, 산업별 애플리케이션도 클라우드 위에서 서비스한다.
◇"IT 꽂아 쓰는 시대 온다"= IT는 빠르게 범용 서비스화하고, 오라클을 비롯한 대형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최근 만난 한 대형 은행 부행장은 클라우드가 없었으면 자신이 생각한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라. 핀테크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과거 방식으로 정적인 비즈니스를 하던 은행, 보험 등 금융업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면서 "전 산업현장에서 변화 관리, 변화 수용, 변화 리딩이 공통된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클라우드는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본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IT를 전기에 비유한다. 요즘 어떤 기업도 전기를 쓰려고 자체 발전소를 짓지 않듯이 IT도 빠르게 '커모디티(commodity·상품)'화돼 하이퍼스케일러 플랫폼에 꽂아 쓰는 게 갈수록 싸지고 훌륭해질 것"이라면서 "오라클, AWS를 비롯한 거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투자와 엔지니어링 노하우, 기술역량을 쏟아부으며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클라우드는 기술이나 솔루션이 아니라, 솔루션을 전달하는 채널이다. 고객들은 그 채널을 통해 빠르게 혁신하고 민첩하게 변화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글로벌에 비해 클라우드 전환이 늦었지만 그게 오라클에는 행운이었다는 게 송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그동안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기업이나 B2B(기업간 거래) 중 부가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옮기던 것에서 이제 모든 산업과 기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은 늦었지만 따라가는 속도는 글로벌 최고다. 한번 막 코너를 돌아 전속력을 내기 시작했다는 게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오라클 웨이' 고집하지 않고 고객에 집중한다= 과거 다소 독불장군식 사업전략을 구사해온 오라클이 클라우드에 올인하면서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와 방식도 달라졌다.
기성복 형태의 퍼블릭 클라우드만 고집하지 않고, 기업들이 온프레미스의 다양한 아키텍처와 IT환경을 그대로 클라우드로 옮겨갈 수 있도록 특정 기업 전용 리전, 엑사데이터 등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늘리는 동시에 고객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급하고, 경쟁사와도 과감하게 손잡아 고객들의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것이 MS와의 협업이다. 오라클과 MS는 2019년 6월, 근거리에 있는 오라클 클라우드 리전과 MS 애저 리전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업들이 마치 단일 서비스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서부·동부, 영국 런던, 일본 도쿄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가상화·클라우드 솔루션 시장의 강자 VM웨어와도 협력하고 있다. 두 회사는 VM웨어 고객들이 오라클 클라우드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오라클 클라우드 VM웨어 솔루션'을 선보였다.
◇"고객을 부르지 않고 찾아가겠다"= 작년 7월에는 '전용 리전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 서비스를 발표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똑같은 기능과 성능을 고객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이용하도록 서비스하는 게 특징이다. 또 OCI와 자율운영 DB,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기기인 '엑사데이터' 머신을 통해 기업 현장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도록 지원한다. 송 대표는 "고객마다 클라우드 전환 속도와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특정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클라우드 기업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얘기하면서도 일부 서비스만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옮겨주는 것과 달리 우리는 서비스 100%를 고객이 원하는 곳에 가져다 준다. 고객은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가 강조하는 오라클 클라우드의 또 다른 강점은 RAC(Real Application Cluster)를 비롯한 고가용성·클러스터링 데이터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전환 기업들이 DB부터 아키텍처까지 바꾸는 기술적 리스크를 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클라우드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 그는 "고객들이 중요 업무에 오라클을 이용하는 이유가 가장 좋고 빠르고 안전하기 때문이라면 클라우드에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키텍처를 바꾸는 리스크와 비용, 시간을 쓸 필요 없이, 온프레미스(자체구축) 시스템에서 몰던 '롤스로이스'를 클라우드에서도 그대로 운전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코시스템, 교육 투자도 확대= DB, ERP 등 기존 제품에 맞춰져 있던 협력사와 지원서비스 등 회사를 둘러싼 에코시스템도 정비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파트너사에 대한 클라우드 기술교육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한편 MSP(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 클라우드 컨설팅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다양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OCI 프로젝트의 90% 이상을 파트너사와 함께 수행하고 있고, 9개 협력사가 OCI 서비스 관련 총 30개 영역의 전문자격을 취득했다. 신규 MSP를 영입해 시장 커버리지를 넓히는 한편 라이선스 SW와 클라우드 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고객의 투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오라클 아카데미를 통해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로코드(low-code) 등 최신 데이터 혁신 기술을 무상 교육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총 34개 오라클 아카데미가 운영 중이다.
송 대표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며 사내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노조갈등 등을 봉합하며 경영 안정화와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직원들에게 미래 비전을 심어주는 데 공을 들여 왔다.
◇"클라우드 메이저 기업군에 편입"= 이 같은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기준 클라우드 고객사는 지난 5월 마감한 2021 회계연도에 100% 이상 늘어났고, 30개 이상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중요한 지표인 클라우드 활용률도 2021 회계연도에 100% 이상 높아졌다. 전체 매출의 25%가 클라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및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AWS, MS, 알리바바가 '톱3'를 이루고 있고, 텐센트와 오라클이 각각 2.8% 점유율로 뒤따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발에서 앞섰던 구글을 제치고 톱5 기업에 올라선 것은 의미가 크다는 게 송 대표의 평가다.
◇HMM, 하나금융그룹 등 대기업 고객 확보= 국내에서도 오라클 DB(데이터베이스)를 쓰지 않으면서 오라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고, 매출기준 국내 50대 기업 중 32곳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해운시장 성장으로 호기를 맞은 HMM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요 기간업무 시스템을 오라클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의 95% 이상이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15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그룹 통합형 멤버십 서비스이자 디지털 금융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오라클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그 결과 멤버십 운영·관리에 필요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시로 바뀌는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비용과 보안의 이점도 확보했다.
HSD엔진, 하나로TNS, 초록마을, 나무가 등 산업별 중견·중소기업들도 오라클 클라우드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이번 회계연도에 세 자릿수 이상 성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데이터·클라우드·자율운영으로 혁신"= 최근 시장에서 용도별로 서로 다른 DB를 쓰는 시도가 많지만 이는 기술의 복잡성을 가져와 결국 혁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송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우리는 단일한 '융합형 DB'로 모든 데이터를 소화한다. 경쟁사가 서비스하는 8~9개 DB를 쓰는 것보다 운영과 백업, 업그레이드가 훨씬 간단하다"면서 "혁신 현장이 'DB 백화점'이 돼서는 안 된다. 다 따로 가다가는 큰 비용을 치르고 후회할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융합에 강한 기술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IT의 80%는 자율운영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DNA인 데이터에 클라우드와 자율운영의 강점을 결합해 또 한번의 오라클 전성기를 열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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