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百年河淸(백년하청)

박영서 2021. 10.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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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백, 해 년, 강 하, 맑은 청.

'백년하청'은 불가능한 일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는 성어다.

공정한 경쟁을 벌이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일부터 해야하는 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황허 강물은 고사하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기 전까지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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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백, 해 년, 강 하, 맑은 청. 백년에 한 번 황허(黃河)의 물이 맑아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일이 이루어지거나 해결될 수 없음을 뜻한다. 중국에서 창장(長江) 다음으로 두 번째 긴 강인 황허는 상류가 황토모래 사막지역이다. 이런 토사가 대량으로 유입되니 강의 하류에선 맑은 물을 볼 수가 없다. 물빛이 항상 누렇다. 천년에 한번은 맑아진다는 전설이 있으나 그런 날은 올 수 없다. '백년하청'은 불가능한 일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는 성어다. '황허가 맑아지기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하청난사(河淸難俟)와 같은 뜻이다. '세월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있다.

출전은 중국 최초의 편년체 역사서인 '춘추'(春秋)의 주석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다. 춘추시대(기원전 770~403년) 중반 약소국 정(鄭)나라는 대국인 진(晉)나라, 초(楚)나라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나라가 초나라의 속국인 채(蔡)나라를 침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초나라는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 정나라를 공격했다. 국가 존망의 위기에 몰린 정나라는 대책회의를 거듭 열었다. 진나라에 원병을 요청해 싸우자는 주장과 초나라와 화친하자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자사가 '황허의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짧은)사람의 수명으로는 부족하다(待河之淸 人壽幾何)'라는 옛 시(詩)를 인용하며 화친을 주장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진나라 구원병을 기다리지 말고 강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결국 정나라는 자사의 뜻에 따라 초나라와 화친하는데 성공해 백성을 지킬 수 있었다. 자사는 옛 시를 인용해 실패할 것이 분명한 전쟁 대신 화친을 성사시켜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백년하청이다. 공정한 경쟁을 벌이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일부터 해야하는 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들의 환멸감과 피로감은 갈수록 쌓여간다. 황허 강물은 고사하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기 전까지 한국 정치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유권자인 국민이 투표를 통해 변화를 이루는 길 밖에 없어 보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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