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이온음료, 약인가 독인가

2021. 10. 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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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미식축구 선수들이 쓰러지는 일들이 잦았다. 시합 도중에 땀을 많이 흘리고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있던 플로리다대학 미식축구 코치인 드웨인 더글라스는 의사들에게 미식축구 선수들을 위한 음료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연구 끝에 물과 소금, 당이 들어간 음료가 개발되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10년 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플로리다팀은 그 해 7승 4패를 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대부분 상대팀의 체력이 떨어진 경기 후반에 득점한 결과였다. 다음해에는 무려 9승 2패라는 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면서 이 음료가 널리 알려져 모든 운동선수들이 애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이온음료인 '게토레이'다.

대부분의 이온음료는 당분과 소금이 주 성분이고, 소량의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을 함유하고 있다. 격한 운동을 집중적으로 하면 체내 포도당이 급격히 소비되면서 당분이 부족하게 된다. 또 많은 땀을 흘리면서 수분과 염분이 대량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결국 심한 탈수 상태에 빠지면서 더 이상 소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분조차 없게 된다. 이렇게 급격하면서도 심한 수분, 당분, 염분 부족 상태에서는 이를 보충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운동선수는 물론 용광로 앞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처럼 다량의 땀과 함께 많은 육체적인 노동을 할 때도 역시 큰 도움이 된다.

탈수는 몸에 많은 부담을 준다. 우선 혈액의 수분이 줄어들면서 점도가 증가하게 되고,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심장에 부담을 준다. 신장에서는 소변을 만들어내면 탈수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소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신장 기능이 억제되어 큰 부담을 준다. 그 결과 몸이 괴롭고 피로가 증가하면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탈수 여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가진 사람의 소변 색이 진해지면서 아주 소량만 나오거나 혓바닥이 바짝 마르면 탈수가 심한 상태이다. 이 때는 충분한 물과 미네랄을 마시면 탈수가 풀리면서 초과된 수분은 소변으로 배출되게 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다가 해장국을 먹으면 몸이 편해지는 것도 알코올의 이뇨작용 때문에 생긴 탈수 상태에서 적절한 수분과 영양분이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어진 질환이지만 콜레라에 걸리면 심한 물설사를 하게 되는데 중증의 경우 4~12시간 내에 쇼크에 빠지고 18시간에서 수일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탈수로 인한 사망률이 50%나 되지만 적절한 항생제와 함께 충분한 수액을 공급하면 사망률이 1% 이하로 떨어진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만큼 심한 탈수는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가벼운 운동을 할 때나 적절한 온도의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정상적인 식사로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고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심하게 땀을 흘려서 탈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당분을 섭취해서 비만을 유도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소금이 고혈압, 심장병, 만성신장병(콩팥), 뇌졸증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1일 섭취 권장량을 5g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의 1일 섭취량은 9.8g이나 되며 특히 인스턴트 음식이나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무려 12~15g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다. 따라서 평소에 염분을 보충할 필요는 없다. 이온음료에서 소금이 필요한 것은 짧은 시간에 다량의 수분과 염분이 급격히 빠져나갔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여 삼투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과거 군대에서 장기간 행군을 한 다음 물과 소금을 같이 먹게 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탈수의 우려가 없는 일상생활에서는 이온음료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몹시 굶주렸을 때 한 그릇의 밥이 큰 힘이 되듯이 몸에서 부족한 성분을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부족하지 않은 성분을 굳이 다량으로 공급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격렬한 운동이나 한 여름의 무더위로 인해 심하게 땀을 흘리지 않았다면 보리차나 옥수수차 같은 음료가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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