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기동 "ACL 16강 목표였는데 이젠 우승컵" [인터뷰]

전주 | 황민국 기자 입력 2021. 10. 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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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김기동 포항 감독(가운데 뒤)이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승리한 뒤 수비수 신광훈을 껴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50)은 본의 아니게 자신의 애칭에서 꼬리표를 뗄지 모른다. 우승 전력은 아니지만 매년 우승팀을 결정짓는 명승부를 펼치면서 ‘킹 메이커’로 불린 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잡은 덕분이다.

포항은 지난 20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전에서 최대 라이벌인 울산 현대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겼다. 객관적인 전력을 감안할 때 지난해 우승팀 울산의 우세가 점쳐진 터라 예상 밖의 결과다.

김 감독은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16강이 목표였는데, 이젠 우승컵을 들어올려야 한다”고 웃었다.

‘언더독’으로 분류되는 포항이 결승까지 승승장구한 것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김기동 매직’에서 나왔다. 코칭스태프와 분업을 통해 긴 호흡으로 현미경 분석을 진행해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뒤 집요하게 이 부분을 파고드는 게 핵심이다.

김 감독은 “말로는 하루 만에 준비했다고 했지만 시즌 내내 마련한 전술이라는 게 정확하다”며 “울산과 정규리그에서 세 차례 만나면서 얻은 교훈과 상대의 변화를 감안해 준비했다. 예상대로 8강에서 120분간 뛴 울산은 일부 선수만 틀어막으니 힘을 못 쓰더라”고 말했다.

맞춤 전술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페르소나’가 없으면 통하지 않는다. 김 감독에게는 강상우가 그런 존재다. 강상우는 울산전에서 측면 빌드업의 기점을 맡다가 후반 들어선 최전방 공격수를 받치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공격을 책임졌다. 김 감독은 “(강)상우는 군 복무 시절 측면 공격수로 재능을 일깨운 선수라 수비와 공격 조율, 골 사냥까지 가능한 만능 선수”라며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역 시절 포항에서 2009년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김 감독이 지도자로 도전장을 내민 지금 더 기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 시절에는 내가 잘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면, 지도자인 지금은 선수들을 이끌고 준비한다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 내가 직접 뛰지 않아도, 의도한 내용으로 우승한다면 더욱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3일 ACL 결승전이 하필이면 상대팀인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의 안방이나 마찬가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다는 사실이 아쉽다. 8강과 4강 역시 중립지역에서 열렸다지만 팬들이 방문할 수 있었던 전주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실제로 포항이 울산을 승부차기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관중석에선 익숙한 ‘영일만 친구’가 육성으로 흘러나왔다.

김 감독은 “라커룸에서 경고 누적으로 못 뛴 신진호가 선곡해 계속 흘러나왔던 우리 팀만의 특별한 노래”라며 “팬들이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로 불러주니 느낌이 달랐다. 광훈이는 아예 눈물을 쏟았다. 그래서 더 결승전 장소가 아쉽다”고 말했다.

결승전은 별 다른 전력 누수 없이 출전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5년 사이 세 차례나 결승전에 오르고, 2019년에는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알 힐랄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자신의 장기인 맞춤 전술로 승부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알 힐랄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장현수가 뛰고 있다. 김 감독은 “(장)현수에게 경기 영상을 좀 부탁해야겠다”는 농담과 함께 “팬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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