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로켓 '누리호' 핵심 연료통·엔진·덮개 국산화까지

강민구 입력 2021. 10. 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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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장서 발사
1단 분리, 페어링, 2단분리, 위성 모사체분리까지 성공
위성 궤도 안착에는 실패
11년 동안 엔진, 추진제탱크, 페어링 기술 국산화
설비 구축하는 동시에 개발 이뤄지며 시간에 쫓기기도
작년엔 엔진 폭발 사고 겪기도..불량품과도 사투 계속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

국산 로켓 누리호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며 ‘발사체 독립’을 향한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위성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지만, 우주 기술 강국의 꿈이 현실화되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해 1단 분리, 페어링(위성보호덮개), 2단 분리, 위성 모사체분리까지 성공적으로 끝냈다. 비행절차(시퀀스)가 차질없이 이뤄졌지만 모형 위성(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구조체)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위성 분리를 성공적으로 해냈고,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했다는 소기의 성과를 확인했다.

국내 연구진들은 누리호의 핵심 부품인 추진제탱크(연료통), 엔진,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을 비롯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추진제 탱크 형상 변형돼 골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한국항공우주(KAI) 연구원들과 일주일 내내 모텔에서 지내면서 추진제탱크를 만들었다. 추진제탱크는 얇은 알루미늄을 이용한 재질을 쓰는 연료통으로, 최대 높이가 10m, 직경 3.5m에 이른다. 임감록 한국항공우주 발사체생산팀장은 “크기 대비 가장 얇은 부위가 2mm 정도이기 때문에 취급 과정에서 불량품도 많이 나왔고, 용접하는 과정에서 형상이 변형돼 작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 개발은 나로호 발사 실패 경험이 도움이 됐다. 나로호 1차 발사때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던 기술적 애로사항을 과학적 유산으로 활용해 다른 부품 대비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누리호 1단 산화제탱크.(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 오승협 부장(위)이 누리호 발사 의의와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귀신도 모른다’던 연소불안정 해결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을 설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기업, 연구원 모두 경험이 없어 지금은 3개월이면 끝낼 공정이 7개월 넘게 걸리기도 했다.

우선 엔진과 주요 구성품들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장이 없어 나로우주센터에 산비탈을 깎아 시험장을 구축하며 7톤급 엔진 개발부터 이뤄졌다. 작업 과정에서 인력, 장비가 들어오기 힘들어 배를 이용해 자재를 들여왔다. 작업 과정에서는 돌이 많이 나와 ‘돌산’이라고 부를 정도로 작업이 쉽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시험장이 구축되는 동시에 시험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곤 했다. 7톤급 엔진 시험설비 구축과 함께 엔진 장착을 2015년 6월에 마쳤는데 사업 종료가 한 달 남아 2~3주간 밤을 새며 작업이 이뤄졌다.

엔진 조립 공정에서 순서, 위치도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해보면서 배워야 했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차장은 “엔진 제작 공정은 통상적으로 450개가 넘고, 항공기용 엔진의 경우 조립절차, 프로세스 매뉴얼을 그대로 한 상태에서 만들기도 쉽지 않다”면서 “누리호의 경우 조립절차, 공정을 새로 수립해야 했고, 3년여 동안 피드백을 하면서 설계와 제작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엔진 시험 과정에서는 폭발사고도 발생했다. 작년 5월에는 75톤급 엔진 고공연소시험설비에서 엔진이 폭발하면서 시험설비가 망가지고, 엔진도 쓸 수 없게 됐다. 원인 분석 결과 엔진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시퀀스(순서) 문제가 아니라 엔진 부분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후문이다.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은 ‘연소 불안정 현상’이다. 이 현상은 아직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현상으로 연소기를 파손시키고, 엔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우연 연구진들이 1년여 이상 설계 변경과 시험 작업이 반복됐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은 “연소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도 피하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시험을 반복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러시아 연구자들이 ‘귀신도 모른다고’하는 현상을 해결해 기뻤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도 있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기본이었다. 가족들이 ‘걱정하지 말라’며 응원했지만 소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발사 성공에 대한 중압감은 생각보다 컸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두 차례나 했지만,현장을 떠날 수 없어서 계속 출근한 연구자도 있다. 문윤완 발사체엔진팀장은 “한 직원이 75톤급 엔진 설계 과정에서 5~6시간 이상 내내 앉아 있다가, 또 한 번은 현장에서 너무 오래 서 있느라 디스크 수술을 연이어 받았지만, 현장을 떠날 수가 없어 계속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신뢰성안전품질보증부장은 “2018년 시험발사체 때 뇌경색까지 겪은 직원이 아직 치유 과정에 있고, 팀원 상당수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사에 따른 긴장감에 개인사나 아파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발사 준비를 해왔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75톤급 엔진 연소시험.(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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