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국회에 '소통' 나선 이해진·김범수.."국내외 IT기업 역차별 안돼" [2021 국감]

윤선훈 입력 2021. 10. 2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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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소신 발언 잇따라..국회의원 여러 요구 대해서는 "논의하되 신중히 검토해야"

[아이뉴스24 윤선훈,고정삼 수습,박예진 수습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가 국정감사 자리에서 잇따라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해외 IT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 유망 스타트업 인수합병와 관련한 인식 등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특히 올해만 세 번째 국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첫 두 차례 국감에서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잔뜩 낮췄지만, 이날은 플랫폼 기업인으로서 느끼는 고충을 수차례 밝히면서 주목받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번째에 이해진 네이버 GIO도 앉아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이해진·김범수의 '소신 발언'…"규제 받아들이겠지만 역차별은 안돼"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나란히 글로벌 거대 IT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 인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진 GIO는 "아마존 등과 달리 국내 시장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독점했다기보다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틱톡 등 해외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하며 이용자들은 국경에 관계 없이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며 "시가총액은 커도 이동통신사보다 못한 수익을 내는 상황에서, 해외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인수도 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GIO는 그러면서 "규제를 물론 받아들여야 하지만 자칫 경쟁에 저해가 돼서 그나마 가진 시장도 잃을까봐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김범수 의장 역시 "글로벌 기업의 엄청난 규모·인력에 유일한 대응법이 국내 우수한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것"이라며 "카카오 초창기부터 다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하면서 성장했는데, 경쟁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의 측면이 있으며 스타트업이 카카오의 트래픽을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인수가) 단순히 '문어발식' 구조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가 나란히 스타트업 인수를 언급한 것은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확장' 등이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요한 비판 요소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적어도 성장을 위한 유망 기업 투자만큼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해외 IT기업들과의 역차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GIO는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흐름이 국내 규제로 바뀌면서 역차별로 이어질까봐 우려된다"며 "다만 역차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디지털세 부과나 인앱결제 방지법 등이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김범수 의장 역시 "카카오나 네이버가 다 국내 기업이다보니 꼭 법이 아니더라도 사회 분위기 등에 따라 자정작업을 하면서 여기까지 오고 심하게는 규제도 받는 측면이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법이 아니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번에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글로벌 기업과 역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불거진 망 사용료와 관련해서는 양사가 입을 모아 "공정한 인터넷 환경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700억원에서 1천억원 수준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만, 구글과 넷플릭스 등은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GIO는 "저희가 망 사용료를 낸다고 하면, 해외 기업도 내는 것이 공정한 기준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글로벌 업체와 통신사간 계약이 어떠한지 알 수 없어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공정한 인터넷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써 달라"고 강조했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인해 불거진 넷플릭스의 선계약 구조에 대해서도 "나쁘다"라고 단언했다. 김 의장은 "'오징어 게임'은 아무리 흥행에 성공해도 그 이상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사에 콘텐츠 제작비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한 대신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을 가져갔다. 이에 정작 제작사는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인기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만을 가져가게 됐다. 이 같은 구조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지적한 셈이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되도록 법적인 문제부터 사회적 합의까지 여러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는 길이 한국 경제 성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방발기금 납부·채용 인력 확대 등 요구에…네이버·카카오 "고민하겠다"

이날도 국회의원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다양한 요구를 내놓았다. 특히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에 이들 플랫폼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여러 의원들이 이와 관련된 질의를 집중했다.

이에 대해 이해진 GIO는 "소상공인 협력과 관련된 문제는 그간 꽤 오랫동안 많이 애써왔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더라"며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 역시 "여러 차례 카카오 내 공동체 대표들과 모여서 소상공인 상생과 관련해 밀도 있게 애기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회사마다 상생 계획 발표를 독려 중이며 좀 더 시간을 준다면 더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김 의장은 카카오의 잇따른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로서 영세 사업자들을 연결해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 영세 사업자들의 사업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플랫폼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해진 GIO는 "저희가 매출이 커졌다고 수수료를 더 받지는 않았고 오히려 영세 소상공인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모션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면서도 "다만 혹시 더 낮출 길이 있는지 여부를 고민하겠다"라고 답했다. 김 의장은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된 이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플랫폼 수수료나 이익은 플랫폼이 독점하는 구조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생협력 관련 각종 기금이나 신규 인력 채용 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에서 부가통신사업자를 지원해 왔는데 이제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관방송사업자보다 훨씬 크다"며 "디지털 혁신 성장과 상생협력과 관련된 법정 기금을 만드는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으면 한다"고 질의했다.

변 의원과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은 이용자들에게 데이터 접근을 혀용하는 시스템 도입을 양사가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변 의원은 "EU(유럽연합)에서는 데이터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나 사업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경우 다른 데이터를 활용하게 도와준다"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법이 준비되고 있는데 법이 제정될 경우 이용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네이버는 국내 기준 시가총액 3위이고 4년 만에 기업가치가 2.5배 늘었으며, 카카오는 시가총액 7위에 지난 4년간 6배나 늘었다"라며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양사와 쿠팡을 합친 총 고용 인원은 시총 9위 기업인 현대자동차보다도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 역시 양사가 매출 대비 고용 인원이 그다지 많이 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은 대체로 큰 틀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GIO는 방발기금 납부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실 시가총액에 비해 수입 규모 등은 카카오와 네이버를 합쳐도 이동통신사 수익을 합친 것보다 적다"며 "국내 망을 훨씬 많이 쓰고 있는 해외 기업들과 역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 역시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는 역할과 의미가 다른데 형평성을 다 고려해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주장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사업 철수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이 "신문법과 방송법은 재벌 기업의 지분 소유를 엄격히 제한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양사는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이 GIO는 "뉴스는 글로벌 기업들도 서비스한다"며 "사용자 편익 등 종합적 고려를 통해 깊이 고민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앞으로 뉴스 알고리즘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전세계적으로도 알고리즘을 정교화하고 사회의 큰 영향력에 대비해서 공정한 방향, 평등한 방향, 편향적이지 않은 방향 등에 대한 고민이 깊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며 "책임감 있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 GIO 역시 "뉴스 알고리즘은 외부 4개 학회와 검증하는 작업을 정기적으로 한다"며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검증받는 하나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동=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고정삼 수습 기자(jsk@inews24.com),박예진 수습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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