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손에 땀 쥔 '카운트다운'부터 격려의 박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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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57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 예정 시각을 단 3분 앞둔 발사대에는 기립 장치가 해제된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었다.
누리호에 추진제와 가스류 등 연료를 공급하는 엄빌리칼(umbilical) 타워가 발사체 각 단에 연결된 상태였다.
발사 3초 전, 누리호 하단에서 시뻘건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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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수진 한혜원 정윤주 기자 = 21일 오후 4시 57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 예정 시각을 단 3분 앞둔 발사대에는 기립 장치가 해제된 누리호가 하늘을 향해 곧게 서 있었다.
누리호에 추진제와 가스류 등 연료를 공급하는 엄빌리칼(umbilical) 타워가 발사체 각 단에 연결된 상태였다.
단별 연결부위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흘러나왔다.
발사 예정 시각 10초 전. 손에 땀을 쥐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발사통제센터에는 더욱 긴장감이 맴돌았다.
발사 3초 전, 누리호 하단에서 시뻘건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화염과 동시에 수증기가 응결된 김이 뭉게뭉게 발사대 주변을 감쌌다.
이 김의 정체는 물이 화염을 만나 순식간에 수증기로 증발했다가 찬 공기와 닿으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구름'이었다. 3천400도가 넘는 초고온의 화염이 역류해 누리호가 녹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에서 물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뒤이어 5시 정각, 누리호와 연결돼 있던 엄빌리칼이 분리됐다. 누리호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빨간 화염과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우주로 올라가는 누리호의 엄청난 추진력에 발사대 주변 땅도 흔들렸다.
누리호가 흔들리자 모래처럼 보이는 하얀 조각들도 발사체에서 떨어졌다. 이 조각들은 누리호의 극저온 산화제 탱크 바깥쪽에 낀 성에였다. 발사 진동 때문에 누리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하단에서 새빨간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올라간 누리호는 이후 약 3분간 지상에서 카메라로 볼 수 있는 거리에서 비행을 계속했다.
발사 4분 뒤에는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더미 위성)를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됐다. 뒤이어 2단 엔진이 멈추고 3단 엔진에 불이 붙었다.
오후 5시 5분에는 고도 300㎞, 6분에는 400㎞, 7분에는 500㎞, 8분에는 600㎞를 각각 통과했다.
누리호는 오후 5시 10분에는 정상 비행 상태로 650㎞를 통과했으며 5시 12분에는 3단 엔진이 멈춘 것이 확인됐다.
5시 15분 위성 분리에 성공했으며 5시 20분에 누리호 비행은 종료됐다.
누리호 발사와 동시에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에 설치된 추적 레이더와 텔레메트리 안테나가 누리호의 움직임과 정보를 추적했다.
팔라우에 설치된 텔레메트리 안테나는 누리호 비행 후반부를 살펴봤다.
발사 35분이 지나자 발사통제센터에서는 일단 폭발이나 사고 없이 발사체 비행까지 성공시킨 서로를 격려하는 연구진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탑재체인 더미 위성이 최종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탓에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11년 7개월의 노력이 깃든 순수 국내 기술 발사체가 마침내 우주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이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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