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로 만든 누리호 '의미 있는 실패'..'뉴스페이스' 시대 활짝

김민석 기자 2021. 10. 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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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분리·페어링·위성모사체 분리 등 모든 비행절차 성공
KAI·한화 등 300여개 기업 주도적 역할 수행..내년 5월 2차 발사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발사되고 있다.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2021.10.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누리호(KSLV-II)가 힘차게 날아오르며 '한국판 스페이스X' 탄생을 예고했다. 누리호는 설계·제작·시험·발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 기업들이 담당했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아쉽게도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는데 실패했지만, 1단·2단 엔진 분리3단 엔진 정지, 위성 모사체 분리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통상 누리호와 같은 신형 우주 발사체의 성공 확률은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와 관련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10.21/뉴스1

누리호는 11년 7개월간 개발 과정을 거쳤다. 누리호의 개발 사업이 착수된 건 지난 2010년 3월이다. 2011년 4월 한국형 발사체 사업단이 출범했으며, 같은 해 12월 제4회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정부는 세계적인 뉴스페이스 전환 흐름에 발맞춰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들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뉴 스페이스는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면 기업이 납품해온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 비용 감소는 물론 시간 단축, 빠른 결정 등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누리호 전체 예산의 약 80%도 참여 기업 300여곳에 투입됐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 1조9572억원 중 약 1조5000억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참여기업들이 집행했다.

KAI는 2014년 1월부터 누리호 사업의 체계 총조립(조립설계·공정설계·조립용 공구제작 등)을 맡았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1단 연료탱크와 추진체(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인 75톤 액체로켓 엔진과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에 참여했다. 이 액체로켓 엔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2010년부터 독자 개발한 누리호의 핵심 장치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엔진 4개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낸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이다.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진행했다. 이외 300여개 중견·중소 부품기업들이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우주산업 기술력을 축적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누리호는 3단형 우주발사체로 길이 47.2m에 무게는 200톤이다. 1.5톤 무게의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고도 600~800㎞)에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이번 1차 발사는 실제 인공위성이 아닌 인공위성과 무게가 동일한 위성모사체가 실렸다.

누리호는 내년 5월에는 2차 발사, 2027년까지 다섯 차례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후 2030년에는 누리호로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는 목표다.

KAI는 우주발사체 개발 및 조립 총괄, 다목적실용위성 및 정지궤도복합위성 연구개발(R&D) 등으로 확보한 핵심기술 및 노하우를 토대로 뉴스페이스 시대의 '키 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KAI가 시스템 설계·본체 개발·제작·조립·시험 및 발사까지 직접 총괄하는 '차세대중형위성 2호'의 발사가 예정돼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2호는 민간 기술이전을 위한 전략사업으로 기획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우주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고 사령탑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선임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Δ발사체·위성 등 제작 Δ통신·지구 관측 Δ에너지 Δ서비스 분야로 나눠 우주·항공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발판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기술 이전, 공공 수요 제공 등을 통해 우주 발사체 서비스 산업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국내에 체계 종합 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참여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게 해 국내에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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