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불(走火)'과 K우주시대 첫발[오동희의 思見]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1. 10. 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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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거치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에 연료와 산화제가 주입되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 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3단 발사체이며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한 최초의 국산 발사체이다. 2021.10.21.


유사 이래로 우주로의 여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천문으로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고, 하늘을 아는 것이 곧 힘이었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중세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태양계의 일원에 불과하다는 실존적 인식 이후 인류는 우주를 향한 탐험을 멈추지 않았다.

달까지 사다리를 놓는 소설 같은 꿈보다는 화약이나 액체연료에 의한 추력(물체를 운동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힘)으로 지구를 벗어나는 꿈을 꿨다. 그 시작은 전쟁 무기 개발에서부터였다.

추력에 의한 세계 최초의 실용화된 장거리 탄도 미사일은 독일의 V2로켓으로 1944년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처음 등장해 연합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구 소련(현 러시아)은 패전국인 독일의 V2 기술을 이용해 군사무기와 우주발사체 개발경쟁에 나섰다.

세계 최초의 대륙간 탄소미사일(ICBM)은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 발사에 사용된 R-7로켓이다. 미국도 ICBM인 아틀라스 발사체를 실용화해 1959년 실전에 배치했고, 이를 기반으로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의 새턴로켓을 개발했다.

미소냉전 당시 발사체의 사정거리가 짧아 미국은 소련 견제를 위해 유럽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했고, 소련은 미국의 코앞인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다 세계 3차 대전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폭탄을 나르든 인공위성을 나르든 이를 나르는 발사체의 기술이 곧 국방력이었고, 국력이었던 시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현재 우주발사체에 주로 사용하는 액체산소 산화제를 이용한 액체연료기술은 저장과 충전, 온도유지 등의 어려움으로 신속성이 요구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보다는 우주개발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보관과 이동이 편리한 고체연료를 이용한 발사체가 주로 무기용으로 개발돼 오늘에 이르렀다.

1966년 대전에서 진행된 국산 유도탄 시험 장면./사진제공=국가기록원


우리의 발사체 역사도 6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실록 태조 4년(1395년) 4월 19일 '검교 참찬문하부사 최무선의 졸기'(사망기록)에 따르면 고려조 문하부사인 최무선이 중국 강남에서 온 상인으로부터 수십일 동안 화약을 만드는 법을 물은 후에 화약을 만들어 하늘을 '달리는 불'(주화: 走火) 등의 무기를 만들어 왜적을 무찔렀다고 기록돼 있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이 쓴 '한국초기 화기연구'에 따르면 주화가 화통도감이 만들어진 1377년에 제조돼 사용됐다면 1232년 세계 최초의 로켓인 중국의 비화창(飛火槍)과 아랍의 핫산 알라마의 무기책(1285~1295년)에 소개된 로켓형 무기인 '연소하며 스스로 날아가는 달걀' 다음인 세계 세번째 로켓무기다.

주화는 화살촉 옆의 통에 화약을 채워넣고 그 추력으로 150보 거리의 적을 공격하는 무기로 이후 세종 때인 1448년 신기전(神機箭)으로 그 이름이 바뀌어 다연발 로켓 화살로 계속 사용됐다.

해방 이후 근대에 이르러서는 우리 기술로 발사체 만들기 위해 재외 한국인 과학자들을 1960년대부터 국내에 유치했으나, 미국 등에 의해 고체로켓 사거리를 제한받으면서 발사체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지는 못했다.

군사무기인 ICBM과 우주발사체는 사용하는 연료나 발사속도 등에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둘 사이에 그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칼은 칼인데 사람을 살리는 수술용 칼이냐 적을 쓰러트리는 전투용 칼이냐의 차이다.

1980년대에는 미국이 챌린저호, 디스커버리호, 애틀란티스호 등 우주왕복선을 지구 대기권에 잇따라 진입시킨 후 귀환하면서 우주시대를 선도했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민간 사업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블루오리진, 영국 리처드 브랜스의 우주기업 버진갤럭틱 등이 민간 우주 시대를 열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화를 비롯한 300여 우리 기업들도 항공우주 시대에 대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21일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러시아의 도움 없이 우리 자체 기술로 700km 상공까지는 도달했지만 아쉽게 위성을 안착시키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아직 2027년까지 다섯차례의 누리호 시험발사가 기다리고 있고, 기필코 세계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저력이 우리에게는 있다. 그 시간을 내년 5월로 잠시 미뤘을 뿐이다.

600여년 전 선조들로부터 이어온 우리의 장인정신으로 만든 누리호의 발사는 한국의 우주산업을 여는 역사적 첫 걸음이다. 향후 완전한 성공을 통해 우리 기술의 발사체를 통해 우주여행에 나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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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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