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이나머니 등 亞자금, 韓 상장채권 100조 샀다

심우일 기자 입력 2021. 10. 21. 18:14 수정 2021. 10. 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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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투자자들이 보유한 한국 상장채권이 최근 5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해 1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액이 2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계 자금이 국채·통화안정증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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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보유액 3배 가까이 늘려
중국계 자금이 50조 이상 추정
[서울경제]

아시아 투자자들이 보유한 한국 상장채권이 최근 5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해 1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액이 2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계 자금이 국채·통화안정증권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은 총 94조 6,510억 원이었다. 5년 전인 2016년 말(35조 1,660억 원)보다 2.7배나 급증했다. 9월 말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액은 203조 6,140억 원을 기록해 월말 기준 사상 최초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2016년 말 89조 3,360억 원에 비해 2.3배 불어난 액수다.

증권가에서는 중국 등을 위시한 아시아계 자금이 증가세를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보유액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9.4%에서 9월 말 46.5%로 7.1%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중국계 자금이 대거 유입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가에서는 아시아계 자금 중 60% 이상이 중국계 자금일 것으로 추정한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 중 20~30% 수준이며 액수로 따지면 50조 원 이상이다.

外人물량 20~30%가 중화권...투자이익 넘어 '외교 지렛대' 포석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상장 채권 시장의 큰손은 단연 미국이었다. 2013년에는 미국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 액수가 20조 원을 넘기도 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의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아시아계 자금의 유입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북·남미 지역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액은 지난 5년 사이 1.6배 늘었지만 아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2.7배나 증가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중국의 공적 자금이 아시아계 자금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 채권 시장은 우리나라의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채) 거래 통로로 통한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한국 상장 채권 보유액은 지난 5년 사이 170% 급증해 94조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유럽의 채권 보유액이 84.5%, 북·남미가 62.9%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체 외국계 상장 채권 보유액 중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9.4%에서 올 9월 46.5%로 확대됐다.

원래 우리나라 상장 채권 시장의 주요 고객은 미국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랭클린템플턴이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이 회사가 보유한 한국 상장 채권은 20조 원에 육박했다. 국내 국채 투자자들이 프랭클린템플턴의 투자 동향을 모니터링해 판단을 내릴 정도였다.

변화는 2015~2016년 나타났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겹쳐 프랭클린템플턴이 신흥국 채권에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원화 채권을 팔아 손해를 메웠다. 미국계 자금이 한국 국채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간 배경이었다. 2015년 말 기준 미국이 보유하던 국내 상장 채권은 18조 940억 원이었으나 2016년 말 북·남미 지역의 보유액은 12조 590억 원으로 나타났다.

프랭클린템플턴이 보유하던 원화 채권 대부분은 아시아계 중앙은행·국부펀드로 ‘손바뀜’했다. 외국인 국채 투자자 중 공적 자금의 비중이 높아진 계기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 채권 중 45%를 중앙은행이, 14%를 국부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상장 채권 시장에 들어온 공적 자금 중 대부분을 ‘중국 몫’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이후부터 국적별 상장 채권 보유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한국 상장 채권 보유액, 외환 보유액 등을 종합할 때 중국이 전체 아시아계 자금 중 60% 수준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를 환산하면 약 50조 원으로 외국계 자금의 20~30%, 국내 전체 상장 채권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로 보면 중국이 아시아 전체 채권 보유액 중 3분의 2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 비중에 큰 변화는 없었을 것 같으며 되레 중국 비중이 크게 늘었을 기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국 국채 투자를 늘렸을 개연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 경쟁에 끼어 있는 국가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는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환율 측면에서 보면 원·위안화 동조성이 높다는 뜻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신용 등급이 높다. 중국 중앙은행이 환손실 부담이 작은 우리나라 채권을 보유할 유인이 크다는 의미다. 통상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을 관리하기 위해 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중국은 단순히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투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외환 보유액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외교적인 관점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수지 관리 측면에서도 중국이 우리나라 채권 투자액을 늘렸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팀장은 “중앙은행은 포트폴리오를 편성할 때 본인과의 교역 관계가 큰 나라의 국채를 많이 사들인다”며 “비록 교역액과 채권 투자액이 100% 부합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약이지만 중앙은행이 실물경제 여건과 금융 포트폴리오를 맞추기 위해 국채를 보유했다고 보면 논리가 맞는다”고 해석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갈수록 아시아 지역의 한국 채권 보유액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상장채권 시장의 경우 국채·통안채가 거래되는 주요 창구인 만큼 금융 당국 차원에서 국적별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채 경쟁력을 보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상장 채권 보유액은 2016년 89조 3,360억 원에서 지난해 150조 92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올 9월 말에는 203조 6,14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금리가 높고 통화 안정성이 높은 대표적인 국채가 원화채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을 비롯해 노르웨이·스위스 등 유럽 중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도 우리나라 상장 채권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팀장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해외 채권 매수는 (달러 채권 다음의) ‘2등 찾기’”라며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 AA등급 중에서 금리가 높은 데다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나 대표적인 ‘2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신인도 하락 등 우려"...5년째 국가별 보유액 비공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6년 3월까지만 해도 보도 자료를 통해 각 국가별 상장 채권 보유액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그해 4월부터는 이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채권 시장 관계자들은 “왜 갑자기 통계를 발표하지 않냐”며 술렁이기도 했다. 다만 여기에는 상장 채권 통계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맥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가별 상장 채권 보유액 공개 요청에 “특정 투자자의 매매 내역 유추가 가능해 투자 전략 노출 시 투자 자금 회수 및 국가 신인도 하락 우려 등이 있다”고 답신했다.

상장 채권은 한국거래소에 거래되는 채권을 말한다. 특히 모든 국채는 무조건 거래소에서 사고팔아야 한다. 외국계 상장 채권 투자자 중 60%가 각국 중앙은행·국부펀드다. 국적별 통계가 노출되면 각 국가 공적 자금이 우리나라 국채를 얼마나 사고파는지 ‘포트폴리오’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당시 중국·일본에서 해당 통계 발표에 상당히 민감해했다는 후문이다. 국적별 상장 채권 투자액을 공개하는 곳이 우리나라와 미국뿐이었는데 그나마 미국의 경우는 시장 참가자가 다양한데다가 데이터도 2~3개월 뒤에 제공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당시 국적별 통계로 보고 ‘아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국채 대거 샀다더라’라며 ‘금융 시장이 좀 안정되나’라고 얘기하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도 통계 공개에 불만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프랭클린템플턴은 우리나라 국채를 15조~20조 원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채권 전문가들은 금감원에서 나오는 국적별 통계에 따라 프랭클린템플턴의 포지션을 유추해 전략을 짜기도 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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