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물량 20~30%가 중화권..투자이익 넘어 '외교 지렛대' 포석
미중 패권경쟁 틈새 끼인 한국
신용등급 높고 환헤지에도 유리
中 지정학측면서 채권투자 늘려
亞 비중은 2016년 39%서 46%로↑
노르웨이 등 유럽서도 지속 매수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상장 채권 시장의 큰손은 단연 미국이었다. 2013년에는 미국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 액수가 20조 원을 넘기도 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채권의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아시아계 자금의 유입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북·남미 지역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액은 지난 5년 사이 1.6배 늘었지만 아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2.7배나 증가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중국의 공적 자금이 아시아계 자금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 채권 시장은 우리나라의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채) 거래 통로로 통한다.
2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한국 상장 채권 보유액은 지난 5년 사이 170% 급증해 94조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유럽의 채권 보유액이 84.5%, 북·남미가 62.9%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다. 전체 외국계 상장 채권 보유액 중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9.4%에서 올 9월 46.5%로 확대됐다.
원래 우리나라 상장 채권 시장의 주요 고객은 미국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랭클린템플턴이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이 회사가 보유한 한국 상장 채권은 20조 원에 육박했다. 국내 국채 투자자들이 프랭클린템플턴의 투자 동향을 모니터링해 판단을 내릴 정도였다.
변화는 2015~2016년 나타났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겹쳐 프랭클린템플턴이 신흥국 채권에서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원화 채권을 팔아 손해를 메웠다. 미국계 자금이 한국 국채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간 배경이었다. 2015년 말 기준 미국이 보유하던 국내 상장 채권은 18조 940억 원이었으나 2016년 말 북·남미 지역의 보유액은 12조 590억 원으로 나타났다.
프랭클린템플턴이 보유하던 원화 채권 대부분은 아시아계 중앙은행·국부펀드로 ‘손바뀜’했다. 외국인 국채 투자자 중 공적 자금의 비중이 높아진 계기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 채권 중 45%를 중앙은행이, 14%를 국부펀드가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상장 채권 시장에 들어온 공적 자금 중 대부분을 ‘중국 몫’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이후부터 국적별 상장 채권 보유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한국 상장 채권 보유액, 외환 보유액 등을 종합할 때 중국이 전체 아시아계 자금 중 60% 수준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를 환산하면 약 50조 원으로 외국계 자금의 20~30%, 국내 전체 상장 채권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로 보면 중국이 아시아 전체 채권 보유액 중 3분의 2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 비중에 큰 변화는 없었을 것 같으며 되레 중국 비중이 크게 늘었을 기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국 국채 투자를 늘렸을 개연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가 미중 패권 경쟁에 끼어 있는 국가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는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환율 측면에서 보면 원·위안화 동조성이 높다는 뜻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신용 등급이 높다. 중국 중앙은행이 환손실 부담이 작은 우리나라 채권을 보유할 유인이 크다는 의미다. 통상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을 관리하기 위해 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중국은 단순히 한국에서 돈을 벌려고 투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외환 보유액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외교적인 관점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수지 관리 측면에서도 중국이 우리나라 채권 투자액을 늘렸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팀장은 “중앙은행은 포트폴리오를 편성할 때 본인과의 교역 관계가 큰 나라의 국채를 많이 사들인다”며 “비록 교역액과 채권 투자액이 100% 부합한다고 말하는 것은 비약이지만 중앙은행이 실물경제 여건과 금융 포트폴리오를 맞추기 위해 국채를 보유했다고 보면 논리가 맞는다”고 해석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갈수록 아시아 지역의 한국 채권 보유액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며 “상장채권 시장의 경우 국채·통안채가 거래되는 주요 창구인 만큼 금융 당국 차원에서 국적별 자금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의 국채 경쟁력을 보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에서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의 우리나라 상장 채권 보유액은 2016년 89조 3,360억 원에서 지난해 150조 920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올 9월 말에는 203조 6,14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금리가 높고 통화 안정성이 높은 대표적인 국채가 원화채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을 비롯해 노르웨이·스위스 등 유럽 중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도 우리나라 상장 채권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팀장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해외 채권 매수는 (달러 채권 다음의) ‘2등 찾기’”라며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 AA등급 중에서 금리가 높은 데다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나 대표적인 ‘2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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