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누리호'.. 한화·KAI 등 300여개 기업 참여

정민하 기자 입력 2021. 10. 21. 17:36 수정 2021. 10. 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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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00088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국내 기업 300여 곳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누리호 개발을 계기로 민간기업이 우주 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누리호는 1.5톤(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쏘아 올리는 3단형 발사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체계 총조립, 엔진 조립, 각종 구성품 제작 과정의 전반에 걸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기업들이 협력해왔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약 2조원)의 80% 가량인 1조5000억원은 참여 기업이 사용했고, 투입된 인력은 500여명에 달한다.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2010년, 2013년 세 차례 발사하고 마지막 세 번째에 성공한 나로호(KSLV-Ⅰ)는 러시아가 개발을 주도했다. 누리호는 로켓 엔진부터 발사대까지 100% 국산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핵심인 엔진을 만들었고, KAI와 두원중공업은 탱크와 동체 개발에 참여했다. 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주축이 돼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KAI는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맡았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부품의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이다. KAI는 또 누리호 1단 추진체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이 추진체 탱크는 영하 2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동시에 경량화를 위해 일반 탱크보다 얇은 두께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특히 75t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의 심장 격인 핵심 부품으로,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고압·극저온 등 극한의 조건을 견뎌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엔진 생산과 각종 검증 작업을 경남 창원시 조립공장에서 진행했다. 또 다른 한화 방산계열사인 ㈜한화는 누리호의 가속 및 역추진 모터와 임무제어 시스템을 개발했다.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064350)이 진행했다. 이는 엔진을 점화시켜 발사체의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으로, 발사 전 필수 과정이다. 전남 고흥군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제작했다. 발사대는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제작됐다. 현대중공업은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를 주입하는 역할을 하는 48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를 만들기도 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들도 함께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다. 두원중공업·에스앤케이항공·이노컴 등이다. 300여 곳의 기업들은 ▲2, 3단 추진체 탱크 ▲탱크연결부 ▲동체 등 총 3단으로 구성된 나로호의 모든 제품을 설계·제작했다.

누리호 개발 참여 산업체 현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누리호 발사가 국내 기업들이 우주개발 역량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이 정부가 개발을 주도하던 기존 방식에서 민간 기업이 선두에 나서는 방식의 ‘뉴 스페이스’로 전환되는데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등이 최근 시험 비행에 성공하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우주개발 역량을 키우고 있다. KAI는 경남 사천시에 ‘민간 우주센터’를 세우고, 누리호 기술을 기반으로 발사체 체계종합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역시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올해 3월 출범시키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대표이사가 리더를 맡아 이끌고 있으며,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그리고 한화가 인수한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099320)가 참여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누리호는 개발 초기부터 관련 민간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국내 독자기술로 탄생시켰다”면서 “이번 누리호 사업이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를 향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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