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점 논란에도 큰손들 뭉칫돈..왜?

김인오 2021. 10. 2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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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파운드리 내주 美상장
블랙록·피델리티·실버레이크
글로벌 큰손 잇단 지분투자
반도체가격 정점 전망에도
장기 시장확대 전망 잇따라
美·日·中 반도체 주권 강조
삼성·인텔은 미국공장 신설
마이크론·TSMC 일본 진출
월가 "기업수익 둔화 우려"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4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다음주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파운드리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를 잇는 업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점유율 6.6%로 대만 UMC와 함께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증시 조정 영향으로 주가가 부진했던 반도체 관련주는 최근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론'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반도체 관련주 매수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반도체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데 이어 유럽·일본 등 해외 주요국들도 산업 주권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어 향후 시장 확대는 물론 인수·합병(M&A) 등 업계 지각변동도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배런스는 글로벌파운드리가 오는 28일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첫 거래를 시작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종목 코드를 GFS로 정했고 보통주 55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예상 기업공모(IPO) 가격은 1주당 42~47달러이며 최종 공모 가격은 27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글로벌파운드리가 상장하는 경우 기업가치가 250억달러(약 30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자동차와 휴대폰, 개인용 컴퓨터(PC)에 들어갈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한다. 2009년 3월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가 반도체 웨이퍼 생산사업을 분사하는 과정에서 설립됐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 뉴욕·버몬트, 독일 드레스덴 등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전 세계 250여 개 고객사를 상대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반도체를 실제 생산하는 공장을 갖추지 않고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등도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파운드리 최대주주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다. 글로벌파운드리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컬럼비아 투자자문, 피델리티, 코크 인더스트리스, 퀄컴 등이 IPO 가격을 기준으로 총 10억5000만달러 규모 지분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투자 큰손'으로 불리는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버레이크도 사모 형식으로 75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를 휩쓴 반도체 부족 대란이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 가격이 정점에 달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파운드리가 상장에 나서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시장 판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 8~10년 안에 반도체 업계 매출이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며 "당장의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점차 개선되겠지만 산업 변화에 따라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자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했다.

앞서 인텔은 올해 초 파운드리 사업 강화 차원에서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이자 CPU 시장을 놓고 인텔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AMD가 강력 반발한 데다 반(反)독점 규제 리스크도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AMD는 CPU 부문에서 인텔을 제친 상태다.

인텔은 조 바이든 미국 연방 정부의 '반도체 주권' 강조에 힘입어 올해에만 생산공장과 연구소 건설 목적으로 200억달러(약 23조5700억원) 투자에 나섰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도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정책 영향으로 170억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520억달러를 들여 자국 내 반도체 생산·연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지원 법안이 연방 상원에서 가결돼 하원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한편 일본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외국계 반도체 기업들이 들어서고 있다. 20일 닛칸공업신문은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이 8000억엔을 들여 히로시마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24년부터 새 공장에서 데이터센터용 D램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주에는 TSMC가 일본 공장 개설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각국 정부의 파운드리 공장 유치전이 글로벌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맷 브라이슨 웨드부시증권 리서치 부사장은 삼성과 TSMC가 해외로 생산시설을 분산하는 경우 본국 정부에 비해 외국 정부 수혜가 덜할 수 있고 불가피한 비용 상승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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