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김포 장릉 옆 아파트 "문화재청 책임"..국회, 감사원 감사 청구

손덕호 기자 2021. 10. 21. 17: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시대 왕릉 '김포 장릉(章陵)' 인근에서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 책임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이어 문화재청은 공식 보고서에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 문제 누락된 이유에 대해 "소송과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 유네스코에 보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실무진이 판단했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시대 왕릉 ‘김포 장릉(章陵)’ 인근에서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 책임이라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1일 여야 합의로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에 있는 무덤 사이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국회 문체위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배 의원 지적에 따라 여야 합의로 문화재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청구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문화재반경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사전에 문화재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등 건설사 3곳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건축 중인 아파트 높이는 70~80m다.

배 의원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은 2019년 5월 시작됐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이를 알게 된 시점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5월이다. 그러면서도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말 제출하는 유네스코 정기보고서에서 장릉과 관련한 문제를 누락하고, 문화재 내·외부에 불법적인 건설행위가 없었다고 기재했다.

또 국회 문체위는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고발조치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이 위증을 두 번 했다는 이유다. 배 의원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7월 제출한 유네스코 공식 보고서와 관련해 “공식 보고가 아니다”라고 했지만, 공식 보고가 맞았다고 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공식 보고서에 장릉 주변 아파트 건설 문제 누락된 이유에 대해 “소송과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 유네스코에 보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실무진이 판단했다”고 했다. 그런데 실무진의 녹취 파일을 확인한 결과, “궁능유적본부 주무관 혼자 유네스코 공식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누락했다”고 밝혔다는 게 배 의원 설명이다.

배 의원은 “유네스코 공식 보고를 주무관 한 명에 맡겨버리고 담당 사무관, 실·국장, 문화재청장까지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며 “김포 장릉 앞 3400세대의 명운이 걸린 일에 대해 문화재청이 그동안 손 놓고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체부, 문화재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3개의 건설사는 문화재청에 개선방안을 제출했는데, 높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파트 색상과 문양만 교체하겠다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위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개 아파트 사업자는 아파트 외벽을 ‘장릉색 강조색’으로 강조하고, 마감도 장릉과 조화를 이루는 재질로 하겠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박 의원은 “아파트 높이는 유지한 채 색상과 디자인만 바꾸겠다는 계획은 김포 장릉 사태의 근본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청장은 이날 국회 문체위 종합감사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측과 별도추가 협의를 통해 조선왕릉 세계유산 지위 유지와 가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전방에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다섯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기 중 하나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인조의 무덤(파주 장릉)과 부모의 무덤(김포 장릉), 계양산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으로,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이 ▲유교사상과 토착신앙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묘(葬墓) 문화 공간이고 ▲자연경관을 적절하게 융합한 공간 배치를 통해 제례를 위한 경건한 장소가 창조됐으며 ▲조선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