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대출, DSR 규제서 제외".. '서민 보호'와 '가계부채 잡기' 모두 가능할까?

박경담 2021. 10. 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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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 소득에 비례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항목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고강도 대출규제인 DSR 대상에 전세대출이 포함되면 서민·실수요자에게 큰 충격을 끼칠 수 있어서다.

엄연한 '빚'인 전세대출도 DSR 규제를 받아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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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저승사자' 고승범 금융위원장
전세대출 규제 시사 후 잇딴 후퇴
실수요 보호 위해서지만 가계빚 제어 어떻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2021년도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부가 연 소득에 비례해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항목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고강도 대출규제인 DSR 대상에 전세대출이 포함되면 서민·실수요자에게 큰 충격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규제를 벗어난 전세대출이 급격히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를 늘릴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민·실수요자 반발 감안, 전세대출 제외키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출을 DSR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크게 늘고 있는 전세대출을 지난 7월부터 도입한 차주별 DSR 40% 규제 대상에 넣지 않겠다는 뜻이다. 차주별 DSR 40%는 연 소득이 5,000만 원이라면 대출 원금·이자 상환액을 2,000만 원(40%)이 넘지 않게 묶는 규제인데, 현재 전세대출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고 위원장은 2023년까지 3단계로 확대하는 차주별 DSR 40% 적용 시기는 앞당기고, 현재 DSR 60%선까지 허용되는 2금융권 역시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세대출은 고 위원장이 가계부채 대책의 원칙으로 수차례 밝힌 '상환 능력 평가 제고'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퍼즐 중 하나였다. 엄연한 '빚'인 전세대출도 DSR 규제를 받아야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하지만 결국 서민·실수요자 반발을 우려해 전세대출을 DSR 항목에서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전세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DSR 40%를 적용하면, 전세대출을 빌린 서민·실수요자는 다른 대출이 막힐 가능성도 커진다. 이미 금융권에서 꾼 돈이 많다면, 거꾸로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 빼고, 가계부채 잡힐까

전세대출을 두고 금융위가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은 벌써 두 번째다. 고 위원장은 지난 14일에도 금융권에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를 자처했던 고 위원장으로선 연달아 체면을 구긴 셈이다.

문제는 전세대출을 조이지 않으면 가계부채 제어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가계대출은 전년 말 대비 5.30% 증가한 반면, 전세대출은 15.94%나 뛰었다. 지난 9월에도 은행 가계대출은 8월 대비 6조5,000억 원 늘었는데 이 중 전세대출 증가분만 2조5,000억 원에 달했다.

금융위는 전세 연장 시 전세대출 한도를 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묶는 방안(KB국민은행 방식)을 금융권 전체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나 효과는 미지수다. 근본적으로 지난해부터 오르고 있는 전셋값을 진정시켜야 전세대출 급증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할 경우 앞으로 DSR 대상에 넣을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수요 성격이 강한 전세대출을 손댔다간 국민 반발을 살 수 있어 결국 건드리지 못했다"며 "다만 전세대출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유발하는 면도 커 정부가 마냥 두고 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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