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계부담,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향신문]
정부가 유가급등에 따른 물가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 인하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이에 따른 혜택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가계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저탄소 경제 이행이 빨라지고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타격을 입게 된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자료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를 보면, 2018년 유류세를 15% 낮췄을 당시에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는 연평균 1만5000원의 세 부담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에서는 15만8000원 세 부담이 줄어 소득 상위 가구일수록 유류세 인하 혜택이 돌아갔다.
이는 고소득 가구가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2018년 가계 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연 평균 휘발유 소비에 13만8000원, 경유에는 10만3000원을 각각 소비했다. 이에 비해 소득 10분위 가구는 휘발유에는 166만2000원, 경유에는 78만3000원을 각각 썼다. 1분위 가구 대비 휘발유는 12.0배, 경유는 7.6배를 더 많이 소비한 것이다.
소득대비 세 부담 감소 혜택도 고소득층에 집중됐다. 세 부담 완화 폭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분위는 0.08%, 2분위는 0.07%인데 비해 9분위는 0.23%, 10분위는 0.22%로 소득 대비 세제 혜택도 소득 상위분위로 갈수록 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소득층이 유류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아 이들에 혜택이 돌아간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유류세를 인하할 때에도 역진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안으로 소득에 따라 유류세를 환급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정부는 시스템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탄소 이행 과정에서 유가가 출렁이고, 이로 인해 저소득층 가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만큼 이들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저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소득 분위별로 유류세 환급 비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에도 연초에 유류세를 10%를 낮춘데 이어 추가 인하 요구가 이어졌지만 정부는 에너지 사용 절감원칙과 상충되고 유류소비가 많은 계층에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일정 소득 이하 계층에 연 6만~24만원을 소득세 환급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유가환급을 채택한 바 있다.
택시 등 상업용 운전자에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을 저소득층에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승래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정 소득 이하 계층에게 바우처 형태로 유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에 한해서만 구입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휘발유나 경유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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