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발사 이후 '절제된 행보' 이어가는 남·북·미

김선영 입력 2021. 10. 21. 16:27 수정 2021. 10. 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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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공동입장도 불발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후 한국과 미국, 북한이 ‘절제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미는 대북 대화 시도가 단절되지 않도록 강력한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북한도 SLBM 발사 이후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19일 북한의 SLBM 발사에 관한 유엔 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 직전 약식 회견을 열고 “SLBM은 별개의 발사가 아니라 연속적인 무모한 도발의 최신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참여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미국)는 아무 전제 조건 없이 북한 관리들에게 만나자고 제안해왔고 적대적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고 소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안보리 긴급회의는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비공개회의에서 회원국 중 누구도 안보리 공동성명 채택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미국은 이번 발사를 도발로 표현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이중기준 철회’에는 선을 그었지만, 안보리를 통한 ‘정면대응’은 피해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한도 유엔 안보리가 비공개회의를 소집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시했지만 거친 비난 표현은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우리의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주권 행사를 걸고들지 않는다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오도하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등 심히 자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이 주권국가의 고유하고 정당한 자위권행사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하여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람회 당시 공개된 '미니 SLBM'(붉은 원).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또한 대변인은 “우리의 이번 시험발사가 미국을 의식하거나 겨냥한 것이 아니고 순수국가방위를 위해 이미 전부터 계획된 사업인 것만큼 미국은 이에 대해 근심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대상에서 배제되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의 이날 발언은 거친 비난 대신 수위를 조절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지 않으면서 상황을 관리하고, 미국의 태도를 탐색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반발은 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조심하는 모양새”라며 “수위를 조절하면서 상황 반전에 대한 기대도 버리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이번 SLBM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깊은 유감’만 표명하면서 정세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통일부 대상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발사가 전략적 도발이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질의에 즉답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한반도의 전반적인 안보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갖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정부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유감 표명을 하고 그때그때 지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귀국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일) 세 나라 대표 공히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고, 그만큼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 협의는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22∼24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23일 노 본부장을 만나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김선영·김범수,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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