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王' 점 보세요?..'위인' 통해본 '내' 존엄함 'MBTI 철학자' [신간]

강석봉 기자 2021. 10. 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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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내가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전형적인 패턴을 알게 된다면….”

MBTI(Myers-Briggs-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Isabel B. Myers)와 그의 어머니 캐서린 쿡 브릭스(Katharine C. Briggs)가 융의 분석심리학을 근거로 개발한 성격 유형 선호 지표이다. 여러 성격 유형 검사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표 가운데 하나로 흥미 위주의 성격 테스트와 인간관계에서의 선호성, 진로 선택을 위한 인성 검사 등에 자주 쓰인다. MBT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자신의 유일무이함과 그에 따른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했던 거장들의 삶을 MBTI 성격 유형으로 분석한 책이 나와 화제다.

‘MBTI 철학자’(이요철 지음, 쏭북스 펴냄, 값 1만7000원)가 바로 그것.

동서양 철학과 MBTI 성격 유형론을 연구하며, 그 결과를 현장에 접목하고 있는 철학자 이요철은 “앞선 세대의 위인들 중에서 자신의 유일무이함과 그에 따른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했던 롤 모델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온전히 자기실현을 이루고 개성화를 성취하기 위해 몸부림친 위인들의 삶은 분명 우리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여긴 것. 철학자들의 삶 자체가 융이 말하는 ’‘자기실현’의 성취였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 이요철은 지난 몇 년간 수많은 고민과 연구 끝에 동서양 사상가 중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도산 안창호, 마키아벨리, 소크라테스 다섯 명을 MBTI 유형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지난 세기 철학자들을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 것은 문헌에 근거한 추정 작업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지만,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가 남아 있어 어느 정도 신뢰성 있게 유형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와 무엇이 달랐을까?’저자는 그 답을 바로 사색과 성찰의 힘에서 찾는다.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역량을 갖췄을 것이다. 또 자기 안에 자리한 편견과 오만을 또렷하게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가만히 멈춰 서서 사색에 골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철학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같은 고대 철학자들은 자신의 전공 영역을 ‘철학’으로 한정한 적이 없다고 말이다.

저자에 의하면 ‘철학함’이란 단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도 달리 보게 만드는 일깨움을 말한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박식함’에 있지 않고 ‘일깨움’에 있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불가능과 무능력, 궁핍과 빈곤을 양산하고 규정하는 모든 조건에 맞서 분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철학은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결국 다르게 사는 것이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주저앉아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 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누리려는 자의 것이다.

이들이 몸담았던 시대와 환경은 어쩌면 지금보다 더 분노하고 절망해야 마땅했다. 눈앞의 상황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좁은 시야(Tunnel vision)에 갇혀버리게 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후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추앙받는 거장이 되었다. 저자 이요철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이 책을 통해 거장들의 인생 여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겪었던 상실과 배신, 불행, 분노 등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었는지, 개인에게 불편과 불안을 야기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취약한 기능을 어떻게 승화시키고 초월할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구나 고난과 위기가 던지는 인생의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그래서 철학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철학을 통해 ‘삶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문제에 스스로 답을 하는 철학자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상황과 환경에 놓여있더라도 스스로 탁월하게 살 수 있다. 여기에 MBTI가 더해지면 각자 타고난 재능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여 최선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나의 성격 유형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개개인마다 다른 우월하거나 열등한 기능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격 유형을 알면 내가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전형적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열등 기능을 알아차림으로써 무의식 속에서 어떤 감정이 솟아오르는 순간, 나를 먼저 살핌으로써 즉각적으로 반응해 만드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지금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응시해야 할 때다. 삶이 불현듯 들이미는 위협과 좌절에 대해 가장 자기다운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인생의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속에서 답을 주는 응답자 역시 나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 누구도 대신 읽어 줄 수 없는 ‘나’와 ‘내 인생’에 관한 전문가, 더 나아가 타인의 삶까지 해석해 줄 수 있는 ‘MBTI 철학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MBTI 성격 유형으로 분석한 5명의 거장

ESTJ(내향적 감각을 지닌 외향적 사고) 아리스토텔레스=‘왜 나는 이런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묻고 싶다면? 지옥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더라도 ‘지금 여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법을 배우다

ESFP(내향적 감정을 지닌 외향적 감각) 공자=‘편법과 반칙이 횡행하는 시대, 어떤 기준으로 살 것인가?’ 묻는 당신에게 자기연민의 유혹을 뒤로 하고 궁지에 빠진 것에 압도당하지 않는 법을 배우다.

ENFP(내향적 감정을 지닌 외향적 직관) 도산 안창호=더 큰 선을 위해 어떻게 이끌 것인가? 지식보다 긍휼이 중요한 시대, 최선을 다하고 힘써 행해 성숙한 정신적 인프라를 만드는 법을 배우다

INTJ(외향적 사고를 지닌 내향적 직관) 마키아벨리=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으려면 역사는 울보나 분노한 자에게 맡겨지지 않는다. ‘개성화’로 온전한 나를 완성하는 길을 배우다.

INFP(외향적 직관을 지닌 내향적 감정) 소크라테스=아레테, 진정한 아름다움과 용기를 위하여 눈앞의 현실이 캄캄한 위기의 시대, 진짜 ‘잘 사는 법’을 배우다.

지은이 이요철 ㈜아레테교육연구소 소장은 동서양 철학과 MBTI 성격 유형론을 연구하며, 그 결과를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한국 MBTI연구소에서 일반 강사 과정, ㈜어세스타에서 STRONG 진로 상담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진로 및 심리

상담 전문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각급 학교, 시민대학, 기업 등을 대상으로 특강과 공무원 및 사회복지 직무연수 등 다양한 형태의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2018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된 ‘철학하는 인간의 힘’, ‘다시 쓰는 희망의 교육’, ‘EBS커리어 꿈길진로독서’, ‘EBS커리어 명저탐구토론’ 등이 있다.

저자는 “철학이란 다르게 느끼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결국 다르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철학하는 사람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주저앉아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 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다섯 명의 현자들은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해낸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 ‘통로가 없는’, ‘길이 없는’ 시대를 살았다. 문제는 있으나 답이 없는 시대, 그 위기의 시간 속에서도 그들은 인간답게 사는 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열등 기능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유일무이함으로 자신만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개성화’에 이르렀다. 그들이 타고난 열등 기능을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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