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 실리는 금감원 독립론..입법·공공기관 지정 '산 넘어 산'

권유정 기자 입력 2021. 10. 21. 15:54 수정 2021. 10. 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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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감원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세로 인해 묻혀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을 앞두고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을 문제 삼으며 금융감독체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정이라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간 금감원은 독립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최근에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입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인정한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이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개입으로 금융기관, 금융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나 감독 업무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하는 기관이다. 다만, 검사와 감독 권한은 금감원에 위임한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위와 관련해 상의는 할 수 있지만 따로 승인을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 법적으로 금감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검사를 할지, 말지 여부를 금융위가 설정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당시 강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 논란과 관련해 금감원이 금융위 허락을 받아야만 하나은행, 기업은행, SK증권 등 5개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원장은 “자체적인 검사는 정기 검사 등 연간 계획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사안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금융위가 사전 조사 계획에 참여한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정책은 크게 산업과 감독 정책으로 나뉘는데 두 정책에 대한 최종 권한 모두 금융위가 갖고 있고, 모든 하위 법령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금감원에는 실무와 집행하는 실무 역할만 위임하고, 실질적인 정책에 대한 결정권은 금융위가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윤석헌 전 원장이 임기 내내 금감원 독립성을 강조해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정 원장의 발언은 더욱 의미 있다. 정 원장은 정권 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임 원장 색깔 지우기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취임사나 인사 행보를 통해 윤 전 원장과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온 정 원장이 금감원의 독립성 유지에 있어서는 윤 전 원장과 뜻을 같이한 셈이다.

하지만 국회에선 되레 금감원의 독립성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초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 등을 도입해 감독 기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금융사 자료 요구 현황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거나, 금융사 중징계 이상 징계권은 금융위로 환원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윤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감독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던 감독 기능을 통합하며 출범했다”며 “그러나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 독점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위기관인 금융위 지휘를 받고, 감사원 감사 및 국회 국정감사 대상이긴 하지만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법적 지위에 따라 외부통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매년 나오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도 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올해 1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할 당시 기획재정부 공공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금감원에 제출을 요구한 조직 운영 효율화 방안 등 자료는 공운위로부터 ‘미흡하다’고 지적을 받았다. 공공기관 지정 유보에 따른 후속 계획 논의는 신임 원장이 취임하고 재논의하는 방향으로 결정됐었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주장하는 쪽은 과거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때 감독 미흡을 주요 근거로 제시한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예산편성, 경영평가, 인사평가에 대한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 평가의 경우 정책보다는 경영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미 금감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2009년 해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감독 업무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감독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과 방만 경영 방지라는 공익 간 형량에 의해 결정될 정책적 판단사항’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치권과 금융권 일각에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금감원 독립성을 둘러싼 논의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감독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금융위원장도 교체될 확률이 높아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감원에 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 수장인 금융위원장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정권 교체로 이 과정에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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