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있는 그대로 쓴다" 는 함정..새롭게 쓴 세계사

김민호 2021. 10. 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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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여기에 답하려고 세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엮어서 하나의 줄거리를 만든다.

인류가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러니까 세계사를 '사실 그대로, 백과사전처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만으로는 지구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세계사를 서술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진 가장 최근의-최상의 연구결과를 숙지해야 하지만, 그것들을 나열한다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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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여기에 답하려고 세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엮어서 하나의 줄거리를 만든다. 개별적 자료를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지식과 연결한다. 따로 놀던 구슬들을 하나로 꿰면서 세계인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밝혀낸다. 인류가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독일의 역사학자 위르겐 오스터함멜에 따르면 서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9세기의 혁명’은 중국은 물론, 아이티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일어났다. 도처에서 자유와 평등, 자결, 인권, 시민의 권리를 부르짖었다. 프랑스대혁명과 미국혁명이 세계를 뒤흔든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의 뿌리는 다른 혁명들에도 닿아있다.

1902년 영국 이스턴 전보회사의 전신망. 19세기는 당대인들도 세계의 역사가 하나로 통합돼 간다고 인식한 시대였다. 1844년에는 모스부호가 상업적 서비스에 투입됐다. 해저케이블을 통해서 인도(1870년) 중국(1871년) 일본(1871년) 오스트레일리아(1871년) 카리브해(1872년) 남아메리카의 모든 대국(1875년) 남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1879년)로 전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한길사 제공

그러니까 세계사를 ‘사실 그대로, 백과사전처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만으로는 지구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국민소득이 증가했다’와 ‘민주주의가 확산했다’라는 문장을 연결하려면 분석과 해석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사실이었는지조차 달라질 수 있다. 세계사를 서술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만들어진 가장 최근의-최상의 연구결과를 숙지해야 하지만, 그것들을 나열한다고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오스터함멜은 19세기의 세계사를 다룬 ‘대변혁’에서 “종합의 종합, 모든 것의 얘기라면 지루하고 천박할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대변혁'에서 오스터함멜은 선배들처럼 자신만의 초상화를 그려낸다. 그에 따르면 19세기는 현대의 선사시대다. 지역마다 독립적으로 전개되던 역사는 19세기에 이르러서 하나로 통합된다. 당대인들부터 그 사실을 깨닫고 세계적 사고를 시작한다. 이후 1910년 무렵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도쿄에서 발생한 경제적 진동이 함부르크와 런던, 뉴욕에서 즉시 감지됐다. 대변혁은 19세기를 2,300여 쪽에 걸쳐 18개 장, 98개 소주제로 나눠서 설명한다. 공업의 발전이나 정치체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활수준, 전염병 백신의 운송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백과사전식 서술을 탈피하려 애쓴다. 오스터함멜은 미카엘 미테라우어의 말을 전하며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19세기를 바라보자고 강조한다. “문명이란 공간의 특수한 길은 여러 종류가 있고 유럽의 길은 그 하나일 뿐이다.”

대변혁(총 3권). 위르겐 오스터함멜 지음ㆍ박종일 옮김ㆍ한길사 발행ㆍ2316쪽ㆍ권당 4만원

새로운 길에서는 널리 알려졌던 역사가 재해석되기도 한다. '대변혁'에서 3·1운동은 ‘지식’의 변화를 설명하는 장에서 거론된다. 현대적 대학과 유사한 교육기관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대학생의 정치적 행동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19세기 초에는 ‘대학생-청년-저항’이라는 고리가 만들어졌다. 오스터함멜은 프랑스와 러시아, 인도에서 일어난 대학생 집단의 시위와 같은 맥락에서 3·1운동을 이해한다. “일본의 식민지 조선에서는 1919년 3월에 대학생이 전국적 범위의 반일항의활동을 일으켰고 200만 명이 넘는 조선인이 이때의 항의활동에 참여했다. 이는 3·1운동이라 부른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5·4운동이라는 대학생 항의시위가 일어났다. 이것은 반제국주의 혁명과 문화혁명의 신호였다.”

오스터함멜은 '대변혁'의 말미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없고 대체로 정확하게 서술한 그 시대의 주요한 발전 추세의 핵심 개념을 반복한다고 해서 우리의 지식이 진전하지도 않는다”라고 강조하면서 19세기를 해석할 몇 가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공업화, 도시화, 민족국가의 형성, 식민주의, 세계화 등의 개념을 줄줄 외운다고 '이제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이 끝났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역사는 언제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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