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젠 혐오는 농담 아니다"..프로그램 비판하며 파업 벌인 넷플릭스 직원들

윤기은 기자 입력 2021. 10. 21. 15:50 수정 2021. 10. 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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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사옥 앞에서 트랜스젠더 혐오를 부추기는 농담이 방영된 코미디 프로그램 <더 클로저> 방영 지속을 결정한 넷플릭스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재미 있는 농담 좋아합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은 농담이 아닙니다.”

수십명의 넷플릭스 직원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개그 소재로 사용한 자사 프로그램 방영에 반대하며 일일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전 세계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기업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100여명의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과 넷플릭스 직원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사무실-스튜디오 복합 단지에서 “코미디 프로그램 <더 클로저> 방영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회사에 항의한다”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넷플릭스 직원 약 30명은 이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일일 파업과 시위에 동참했다. 넷플릭스 본사가 있는 로스가토스에서도 별도의 시위가 열렸다.

넷플릭스 코미디 프로그램 <더 클로저>를 진행하는 데이브 샤펠이 2018년 9월9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있다. 토론토|AP연합뉴스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지난 5일 공개된 <더 클로저>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은 <더 클로저>를 진행하면서 자신을 ‘터프(TERF·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하며 “성별이 정해져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발언했다. 자신의 결정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트랜스젠더의 신념과 행동을 부인한 것이다. 흑인 남성인 샤펠은 미국사회 백인을 풍자하는 개그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여성과 트랜스젠더, 아시아인 혐오를 소재로 개그를 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에 넷플릭스 내부 성소수자 직원 및 이들과 연대하는 다른 직원들은 <더 클로저> 방영 전 해당 프로그램을 공개해서는 안된다며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다. 프로그램 방영 이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도 넷플릭스가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비판했다.

프로그램 논란 이후 사측의 대응도 또 한번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화면의 콘텐츠가 실제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밝히며 <더 클로저> 방영을 지속했다. 넷플릭스는 <더 클로저> 제작비로 2410만달러(약 283억원)가 투입됐다는 사실을 폭로한 직원 한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한 직원 3명에 정직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넷플릭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동료들 및 이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그들이 받은 깊은 상처를 이해한다”며 “파업을 선택한 직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 측은 프로그램 방영 중단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샤펠의 발언은 농담일 뿐이며 오히려 이러한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시위 현장에는 샤펠 지지자들도 나왔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는 권리”라고 외쳤고, 이에 성소수자 단체 측 시위자는 “트랜스젠더 혐오표현은 농담이 아니다”고 응수하는 등 양측이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전 세계 가입자수를 대거 확보하며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내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영화 <큐티스>가 미성년 소녀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7년부터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일부 장면이 청소년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넷플릭스가 뒤늦게 영상을 수정한 적도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료 가입자가 438만명 늘어난 2억1300만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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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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