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너무 나갔나..마스크 의무 해제 후회하는 영국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10. 21. 15:44 수정 2021. 10. 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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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과 다른 유럽국가들의 인구 10만명당 공공병상 수. BBC 화면 갈무리


유럽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폭증에 당황하고 있다. 영국은 올겨울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병상 부족이 예상되자 마스크 의무화 재도입을 비롯한 ‘플랜 B’를 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 열고 “사람들이 지금처럼 마스크를 잘 쓰지 않고 백신 접종률이 오르지 않으면 마스크 의무 재도입, 재택근무 권고 등 플랜 B를 가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플랜 B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하루에 5만명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영국의 신규 일일 확진자 수는 4만9139명을 기록해 프랑스(6000명), 독일(1만8700명), 이탈리아(3700명), 스페인(2500명)의 신규 확진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영국 보건부는 이대로라면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 1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감염이 폭증한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 도입 속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식당과 술집의 영업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실내 마스크 의무를 병행하는 단계적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실내 마스크 의무까지 해제하는 전면적인 완화 정책을 단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를린에서는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쓰지만 런던에서는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기존 델타변이의 하위 변이인 ‘델타 플러스’(AY.4.2)도 확산되고 있다. 이 변이는 최근 영국 신규 확진자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델타 플러스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세거나 면역 회피 능력이 있는지 긴급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국은 백신 접종률 둔화로 애를 먹고 있다.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인구 대비 완전 접종률은 67%로 스페인(79%)이나 이탈리아(70%)보다 낮고, 프랑스(67%)나 독일(65%)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틴 매키 런던 보건대학원 교수는 CNN에 “정부가 팬데믹이 끝났다고 말하는데 뭐하러 굳이 백신을 맞으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병상이 부족한 영국 공공병원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에선 현재 매일 9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다. 영국과 인구가 비슷한 프랑스의 일일 코로나19 입원환자 수 150여명보다 6배 많다. 영국의 10만명당 병상 수는 246개로, 독일(800개), 프랑스(591개), 이탈리아(314개), 스페인(297개)보다 적다.

영국의학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 고의로 태만하다”면서 “정부는 지금 당장 플랜 B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찬드 나그폴 영국의학협회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지금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더 극단적인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딥티 구르다사니 런던 퀸메리대 공중보건연구원도 “어떤 의료진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겨울을 앞두고 너무 두렵다”고 CNN에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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