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네임' 한소희 "동생과 다투고 옷 뺏어입는 복수해봐"

이현아 2021. 10. 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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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최신작 ‘마이네임’이 TV부문 월드 랭킹 3위(플릭스패트롤 21일 기준)에 올랐다. 앞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 흥행의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언더커버 액션 누아르의 장르, 여성 원톱 주인공, 기승전결이 확실한 K드라마 형식 등의 여러 요소가 인기 상승에 틀림없이 작용했다. 냅다 총부터 쏴대는 서구적 해결방식이 아닌 ‘칼’로 난도질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액션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터다.

‘마이네임’의 센터 배우 한소희는 세계적 인기를 실감하는지에 “신기하다. 다양한 곳에서 나의 색다른 면, 다른 면을 봤다는 반응이 많더라. 그게 가장 기분이 좋다”며 방긋 웃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작품을 본 소감과 배우 스스로 연기 평가를 하자면. “나도 재미있게 봤다. 한소희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작품에서 이소희(본명)보다 극 중 인물인 윤지우로 보이는 얼굴이 좋았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 반응이 호평이다. “솔직히 말해 체감하지 못하겠다. 내게 애정과 친밀감 있는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액션 연습은 얼마나 했나. “촬영 전후 3개월, 약 100일이 넘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규칙적으로 훈련했다. 많은 액션신을 소화해야 해서 체력을 많이 걱정했다. 훈련을 전문적으로 배우기보다 구보 등 기초 체력을 단련했다. 구르기, 때리기 등 기본자세도 오래 많이 배웠다. 촬영 때 카메라 앵글을 바꾸는 짬에 체력 단련도 열심히 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어떤 액션 연습이 흥미로웠나. “칼을 쓰는 액션이 가장 재미있었다. 맞는 액션은 쉬웠는데, 오히려 때리는 게 미숙해서 힘들었다.”

-예쁨이 필수인 여배우인데 체중 증량, 민낯에도 과감하던데.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체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했다. 잘 먹고 규칙적으로 훈련하니 촬영 직전 체중을 재보니 9~10킬로 가량 쪘다. (박)희순 오빠가 ‘근육만 10kg을 늘렸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어느 정도 체중이 돼야 버티는 몸 상태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쪄있지 않았나 싶다. 날 것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 화장은 거의 안 했다.”

-증량 전 얼굴로 나오는 게 나았을 뻔했다. “얼굴 살이 찐 게 아니라 액션 장면을 찍으면 피곤해서 붓더라. 잘 먹고 운동한 몸이 계속된 촬영에 피곤하고 다치는 상태가 되더니… 어떡하지, 죄송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가장 힘들었고,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면. “첫날 첫 촬영의 첫 도입부인 아빠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체력, 심적으로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 테이크를 많이 갔다. 감독님도 나와 첫 호흡이기 때문에 어떻게 디렉팅을 해야 할지 시간이 필요했고, 나 역시 어떻게 마음가짐을 끌고 갈지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복수하러 가는 8회 마지막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호텔 로비부터 시작해 계단, 엘리베이터, 복도, 문 앞, 들어가서 싸우는 것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전에는 감정을 배제하고 목표에 다가가려 사람을 죽였다면, 마지막 장면은 정말 복수의 대상을 죽이러 가는 과정이라 감정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몸을 쓰면서 아찔했던 순간은. “강재(장률 분)와 무진(박희순 분)이 철제 다리 위에서 싸울 때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바닥이 구멍 뚫린 다리를 뛰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죽기 살기로 정면만 보고 뛰었다.”

-역할 선택에 있어 편한 길을 가도 될 텐데. “그동안 선택을 하기 보다 주어진 작품들을 주로 했다. 의도보다 우연이 있었다. 다만 편하게 가기보다 한계를 두고 해왔고, 잘할 수 있는 것,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하려다 보니 색다르고 다양한 역할을 선택하게 됐다.”

-극 중 남성들과 합숙생활 장면은 보는 내내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촬영은 어색함이 없었다. 그동안 액션스쿨에서 같이 훈련한 사람들이라서, 막내로 사랑받으며 잘 촬영했다. 그치만 지우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하다.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장면은 나도 상처받았던 굉장한 신이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남자들 무리에서 존재감을 보이려는 노력도 있었나. “보여주겠다, 계획했다가 아니라 나만 여자이다 보니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작품 안에서 지우의 목표와 방향성에만 집중하면 빛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기했다.”

-배우들과의 액션 합은 어땠나. “사전에 합을 짜도 현장 상황에 따라 바뀐다. 그래서 다양한 액션 스타일을 미리 몸에 익혀놔야 현장에서 바뀌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학주, 박희순 오빠와 다치지 않게 충분히 리허설했고, 다치지 않는 합을 짰다. 염두에 둔 것은 싸우는 상대마다 감정이 달라서 학주 오빠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희순 오빠는 아빠를 죽인 범인을 알고 난 상태라 둘 다 죽어도 되는 마음으로 싸웠다.”

-극 중 지우의 복수를 돕는 무진과의 관계가 애매해 보였는데. “지우와 필도(안보현 분)가 폐차장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무진이 차로 들이받아 구해주는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지?’ ‘왜’라는 단어가 지우와 무진의 관계를 무한하게 해석할 수 있겠다. 이 관계가 단순히 아빠의 복수를 도와주는 친구, 친구의 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실제 복수해 본 적 있나. “하하하. 신세를 지고 받지도 않고 살아 복수할 게 없는데, 흠… 동생과 다투고 옷을 몇 번 뺏어 입은 정도?”

-암담하고 내면이 어두운 역할에 최적화된 듯하다. “예전에 사연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들었다. 캐릭터의 서사를 담은 이미지라는 의견이라 좋게 받아들인다.”

-남자였다면 극 중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장률 배우가 맡은 강재. 대본을 읽을 때 지우가 강재 때문에 크게 휘청이는 구간에 직면한다. 매력적으로 표현되기도 했고, 꼭대기까지 가려는 순수한 마음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는 게 놀라웠다. 장률 배우는 실제로는 말도 조곤조곤하고 착한 오빠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칼로 찌르고 쑤실 때 카타르시스는 없었나. “하하하! 촬영 당시에는 상대 배우와 나의 신음만 들렸다. 후반 사운드 작업 후 찔리는 소리가 입혀지니 느낌이 매우 달랐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여러 무기를 손에 잡았다. 가장 애착 가는 무기는. “윤지우가 마약수사대의 오혜진 경장으로 신분을 숨기고 잡았던 삼단봉이 좋았다.”

-베드신을 두고 굳이 필요했냐는 반응이다. “연기할 때 (베드신이) 꼭 필요한 장면이면 관심이나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8회 필도와의 베드신은 촬영하는 도중에 알았다. 지우가 유일하게 사람이었던, 인간의 감정을 처음으로 받아들였던 장면으로 해석했다. 사랑이나 애정으로 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인간다워진 순간이라 생각하고 사람처럼 살고 싶어한 장치였을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원, 전지현 등 액션 잘하는 여배우의 계보를 잇고 있는데. “선배님들의 이름과 함께 언급돼 민망하다. 너무 영광일 뿐이다.”

-김진민 감독과 넷플릭스의 ‘원픽’이라는 칭찬도 듣는다. “감독님 말처럼 액션을 안 하게 생긴 배우가 액션을 하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춰 고른 게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는 다양함, 보지 못한 새로운 콘텐트에 흥미를 가져서 그런 얘기를 해준 것 같다.”

-작품도 호평이고 관심도 많이 받고 있는데 지금 행복한가. “행복과 불안이 비례하는 스타일이다. 행복한데 불안하다(웃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내 인생의 앞날보다 실망을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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