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긴급조치 1호' 피해자, 보상금 받았더라도 국가배상청구 가능"

홍혜진 2021. 10. 21.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신비판해 억울한 옥살이..47년만 국가배상 1억 확정
대법원 [매경 DB]
민주화운동 특별법에 따라 지원금을 이미 받았다면 유신체제 당시 '긴급조치 1호' 피해자라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재심을 통해 취소됐다. 이에 따라 유신헌법을 비판한 혐의로 고문당한 뒤 3년간 옥살이를 한 오종상씨가 국가배상을 받을 길이 열렸다. 오씨는 대법원 판결 나흘 뒤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긴급조치 1호' 피해자 오종상씨가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심에서 2016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오씨에게 1억1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씨는 1974년 버스에서 옆자리 승객에게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영장없이 강제 연행됐다. 중앙정보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허위자백해 기소됐고 이듬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오씨 사건을 '위헌적 긴급조치 발동으로 헌법상 권리를 제약하고 형사 처벌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했다.

2010년에는 긴급조치 1호가 위헌·무효이며 오씨는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그는 이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오씨가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구금 관련 생활지원금 4200여만원을 받았고, 형사보상금 1억1400여만원도 받은 점이 쟁점이 됐다.

당시 민주화보상법은 이 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 결정에 피해자가 동의한 경우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재판에서 '화해'란 양측이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일단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면 더는 국가 상대 소송을 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조항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각급 법원이 과거사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2012년 1심 역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에 따라 오씨가 생활지원금을 받았고 이로써 국가와 사이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오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대상은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이 아닌 민주화보상법의 보상 청구권"이라고 판시하고 국가의 1억1500여만원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하지만 2016년 5월 대법원은 국가와 오씨 사이에 이미 화해가 성립했다는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018년 헌법재판소가 오씨의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민주화보상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은 여전히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씨는 위헌 결정 직후 대법원에 손해배상 소송 재심을 청구했고, 3년여 만에 "재심 대상 판결 중 원고(오씨)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는 선고를 받아들었다.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