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의 추락..한국도 미국도 '양치기 소년'에 당했다

안정준 기자 2021. 10. 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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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토막..'백신 기대주'에서 '양치기 소년'으로

"노바백스 백신은 우리에게 의미가 매우 크다."

지난 4월 27일 청와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바백스 코로나19(COVID-19) 백신 공급 관련 논의를 나눈 뒤 이 같이 말했다. 2분기부터 2000만명분(4000만회)이 도입될 것으로 보였던 노바백스 백신은 당시만 해도 백신 물량 부족으로 허덕이던 한국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노바백스 백신은 국내 공급은 물론 이 백신 개발에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한 미국에서 허가 신청조차 접수되지 못한 상태다. 노바백스 백신 생산 준비를 일찌감치 끝낸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하염없이 기다린 가운데 주가가 미끄러진다. 이제 '글로벌 민폐'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노바백스 백신.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주가 반토막…'백신 기대주'에서 '양치기 소년'으로
2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노바백스 주가는 전일보다 14.76% 급락한 136.86달러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장중 한때 낙폭을 21.46%까지 키우기도 했다.

노바백스가 미국 보건당국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코로나19 백신 생산능력 증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었다. 노바백스가 자사 백신의 순도를 시험하는 데 사용한 방법이 미국 보건당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 현지 외신을 통한 전언이다.

이날 낙폭이 컸지만, 주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 2월 8일과 비교하면 체감 하락폭은 더 크다. 당시 주가는 319.93달러. 지금까지 57.2% 곤두박질 친 셈이다.

주가가 고점을 쳤던 2월만 해도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주도하는 화이자 백신보다 균형 잡힌 백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B형 간염 백신 등 기존 백신처럼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돼 가장 안전하며 예방효과도 90%에 육박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못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백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와 2000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노바백스 CEO가 문 대통령을 접견하며 국내 기대감이 부푼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이 백신의 개발사 노바백스의 행보는 양치기 소년에 가까웠다. 노바백스는 당초 올해 1분기 영국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2분기 품목허가를 받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일정은 지난 5월 3분기로 연기됐고 다시 8월에는 4분기로 재차 밀렸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노바백스 백신의 사용허가가 신청된 국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그친다.

백신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노바백스가 자사 개발 백신을 신뢰할 만한 품질의 제품으로 만들 능력이 부족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품질 관련 문제가 발생했고 노바백스가 제조하는 모든 백신이 동일한 효능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제조를 위한 원료 물질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바백스는 지금까지 백신을 생산해본 경험이 없는 신생 벤처에 가깝다"며 "경험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조 지원한 미국도 '쓴맛'…'글로벌 민폐' 되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
지난 2월 후 이 같은 노바백스의 행보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줬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선 2000만명분을 계약하고 2분기부터 공급을 기대했던 한국의 백신 수급 계획에 혼선이 왔다. 다행히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이 추가 계약되며 큰 틀에서의 접종 계획은 지켜졌지만 백신 공급 전망이 전반적으로 불투명했던 6월까지만 해도 온 국민이 손에 땀을 쥐어야 했다.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생산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시험생산만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위탁생산을 통한 매출 인식 예상 시점이 지속적으로 뒤로 밀리며 주가는 8월 고점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속이 쓰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노바백스 백신 개발에 배정한 예산 규모는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 백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미국의 일명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개발을 지원받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미국 제약·바이오사들 중 가장 큰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입한 국민 세금을 감안하면 시급히 허가를 내주고 싶은 것이 미국 정부의 속내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허가 신청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품질 문제가 가볍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노바백스는 개발도상국 백신공급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11억회분 공급을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앞으로 어느 시점에 노바백스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지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단 노바백스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개발도상국 공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상태이지만 승인 시점을 예단할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4분기 신청을 한다는 것이 노바백스측 입장이지만, 특히 미국 FDA에서는 이제 더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승인이 신청돼 허가가 나려면 현실적으로 우선 미국이나 유럽 등 공신력 있는 허가기관이 있는 국가에서 먼저 승인이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이 아닌 정식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BLA)' 절차를 밟으면 최종 허가에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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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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