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의 추락..한국도 미국도 '양치기 소년'에 당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우리에게 의미가 매우 크다."
노바백스가 미국 보건당국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코로나19 백신 생산능력 증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었다. 노바백스가 자사 백신의 순도를 시험하는 데 사용한 방법이 미국 보건당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 현지 외신을 통한 전언이다.
이날 낙폭이 컸지만, 주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 2월 8일과 비교하면 체감 하락폭은 더 크다. 당시 주가는 319.93달러. 지금까지 57.2% 곤두박질 친 셈이다.
주가가 고점을 쳤던 2월만 해도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주도하는 화이자 백신보다 균형 잡힌 백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B형 간염 백신 등 기존 백신처럼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돼 가장 안전하며 예방효과도 90%에 육박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못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백신"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와 2000만명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노바백스 CEO가 문 대통령을 접견하며 국내 기대감이 부푼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이 백신의 개발사 노바백스의 행보는 양치기 소년에 가까웠다. 노바백스는 당초 올해 1분기 영국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고 2분기 품목허가를 받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일정은 지난 5월 3분기로 연기됐고 다시 8월에는 4분기로 재차 밀렸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노바백스 백신의 사용허가가 신청된 국가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그친다.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생산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시험생산만 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다. 위탁생산을 통한 매출 인식 예상 시점이 지속적으로 뒤로 밀리며 주가는 8월 고점대비 40% 가까이 빠졌다.
속이 쓰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노바백스 백신 개발에 배정한 예산 규모는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 백신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미국의 일명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개발을 지원받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미국 제약·바이오사들 중 가장 큰 규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입한 국민 세금을 감안하면 시급히 허가를 내주고 싶은 것이 미국 정부의 속내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허가 신청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품질 문제가 가볍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 도상국에 대한 백신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노바백스는 개발도상국 백신공급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11억회분 공급을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앞으로 어느 시점에 노바백스 백신 공급이 본격화될지도 단언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단 노바백스는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개발도상국 공급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상태이지만 승인 시점을 예단할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4분기 신청을 한다는 것이 노바백스측 입장이지만, 특히 미국 FDA에서는 이제 더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승인이 신청돼 허가가 나려면 현실적으로 우선 미국이나 유럽 등 공신력 있는 허가기관이 있는 국가에서 먼저 승인이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이 아닌 정식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BLA)' 절차를 밟으면 최종 허가에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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