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에게는 오로지 '검찰'뿐인가
비판 거세지자 이틀이나 지나 유감 표명했지만 진정성 의문
군사독재, 인권유린 자행되던 전두환 정권을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심각한 역사인식 오류
오로지 검찰개혁을 뒤로 돌리겠다는 목표로 대통령을 하려 한다면 모두 불행해질 것
이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 힘 안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이준석 대표도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윤 후보는 그다음 날에도 발언의 핵심은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비판만 하고 있다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거센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윤 후보는 21일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비판을 '수용'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윤석열 후보의 역사인식 수준은 심각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윤 후보는 이 전에도 근현대사와 관련해 몇 차례 논란이 될 만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 앞에서 윤봉길 의사를 언급하는가하면, 이한열 열사의 사진 앞에서는 "부마항쟁인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앞선 두 가지 발언은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5.18'과 '군사쿠데타'를 빼면 이라는 전제는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아도 정치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수많은 광주 시민을 무참히 학살하며 정권을 잡은 사실은 이후 정치를 잘했든 못했든 평가 받을 문제가 아니라 단죄를 받아야 할 최악의 범죄 아닌가. 윤석열 후보는 또 정치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대통령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인재를 등용해 국정을 시스템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 권력기관의 요직을 대부분 군인 출신들이 장악하고 폭압적인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다. 보안사의 군인들이 기획하고 신문기자 출신의 허문도를 내세워 언론통폐합이라는 사상 초유의 탄압조치를 한 것도 시스템으로 이뤄진 것인가. 삼청교육대와 수많은 간첩조작사건 같은 인권탄압 사례는 예로 들 것도 없다.
전두환 시절의 경제호황을 경제팀에게 믿고 맡긴 덕이라는 주장은 과연 옳은가. 물론 김재익 수석 같은 인재들이 경제정책에 이끌며 성장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례없는 3저 호황에 힘입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런 호황기를 적극 활용해 재벌들의 몸집은 얼마나 비대해졌으며, 이렇게 특혜를 몰아준 대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의 액수는 얼마였나.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로 드러난 액수만 9500억 원에 이른다.
윤석열 후보가 지칭하는 시스템이 바로 이런 것이라면 윤 후보는 독재 권력을 꿈꾸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윤 후보의 발언 가운데는 전두환 전 대통령 문제 뿐 아니라 아주 심각한 인식을 드러낸 부분이 또 있다.
윤 후보는 "최고 전문가 뽑아서 임명하고 시스템 관리하면서 대통령으로서…(중략)…아젠다만 챙기겠다.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만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법과 상식이 짓밟힌 이것'은 문재인 정권 시절 이뤄진 검찰 개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은 전반적인 국정의 대부분은 소위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되고 오로지 빼앗긴 검찰 권한을 되찾아 오는데 대통령의 권한과 역량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만일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윤석열 후보의 머리에는 온통 '검찰'밖에는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가 생각하는 '검찰'은 법 집행을 하는 행정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아니라 과거처럼 독점적 기소권을 가지고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자신들의 뜻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기관인 '검찰'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 해석이 맞다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지 두려움마저 앞선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인물을 정치를 잘했다고 언급하고, 독재와 폭압으로 점철된 재임기간을 시스템으로 운영됐다고 평가하는 대통령. 오로지 '검찰권력' 회복에만 온 힘을 쏟겠다는 대통령.
윤석열 후보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CBS노컷뉴스 문영기 논설위원 cbsmy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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