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21일부터..싸움은 시작일 뿐 '끝'은 아니다

최윤아 2021. 10. 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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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까지 신고, 지난해건수 넘어서..스토킹 협소한 정의도 문제
처벌법으론 피해자 보호 한계..내년 상반기 피해자보호법 입법
게티이미지뱅크

스토킹 관련 신고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까지 스토킹 관련 112신고는 4432건이었다. 지난해 1년간 들어온 신고 건수(4515건)와 이미 맞먹는 수치다. 신고가 급증하는 추세와 반대로 스토킹 범죄 사법처리 건수는 올해 7월까지 356건, 지난 한해는 488건이었다. 신고 대비 처벌 비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보인다. 기존 형법은 스토킹을 별도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경범죄(지속적 괴롭힘) 등으로 처벌했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처벌도 부실했다.

21일 오늘부터는 달라진다. 지난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이 본격 시행된다. 1999년 관련법이 처음 발의된 지 22년 만에 스토킹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이 법은 스토킹 범죄 예방의 ‘시작’일 뿐, 스토킹 범죄 관련 사회적 논의의 ‘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스토킹 처벌법은 ‘처벌’에 방점을 찍은 법이어서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런 지적을 수용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의 관련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입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다. 입법안이 나오면 부처 협의·의견 수렴과 40일간의 입법 예고 기간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내년 상반기에나 입법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공개된 여정연의 <젠더 리뷰>에는 ‘스토킹 입법의 한계와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여가부에 입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제출했던 김정혜 여정연 부연구위원이 박보람 변호사(법률사무소 비움)와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 무엇이 없는지 그래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가 담겨 있다.

연구팀은 일단 현행 처벌법에서 정의한 스토킹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법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따라다니거나, 물건이나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대로라면 이미 흔해진 스토킹 수법 가운데 가령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제삼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하는 행위 △피해자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행위 등은 법망을 피해 갈 여지가 생긴다. 연구팀은 현행 스토킹 처벌법을 통해 경찰이 스토킹 범죄 행위자에 대해 △응급조치(경고, 피해자 분리 등) △긴급응급조치(100m 이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유치장·구치소 유치 등)를 취할 수 있으나, 스토킹 범죄 정의 자체가 지금처럼 협소하면 이런 조치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보고서는 현행법 개정과 더불어 피해자 보호 법안 역시 별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현행법에 명시된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그 기간이 최장 6개월에 그치고,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해야만 하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반대로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는 피해자 혹은 대리인이 법원에 직접 보호조처를 요구할 수 있고, 최장 3년간 연장할 수 있다. 가정폭력 처벌법에는 피해자 보호명령 조항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스토킹 피해자의 정보유출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규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수사기관 신고 시 인적사항 기재 생략, 인적사항 공개 금지, 민사소송 시 비실명 사건 처리 등의 규정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법제화될 스토킹 피해자 보호·지원법에는 피해자를 국가와 지자체가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와 함께 그 구체적 방안도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스토킹 피해자 전담 지원센터 설립이다. 여가부는 현재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스토킹 피해자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까지 맡기에는 업무 가중, 전문성 약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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