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단단히 잡아줄 '리추얼'이 사라진다

채지선 2021. 10. 21. 14: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리추얼의 종말'은 리추얼(특정 의례)이 줄면서 소통이 없어지고 결국엔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여서 다 함께 시청했다면, 지금은 이 같은 리추얼이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리추얼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저자는 "바이러스가 리추얼의 종말을 완성시켰다"고 표현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병철의 '리추얼의 종말'
저자는 모든 게 디지털화된 시기, 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공감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리추얼의 종말’은 리추얼(특정 의례)이 줄면서 소통이 없어지고 결국엔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이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 앞으로 모여서 다 함께 시청했다면, 지금은 이 같은 리추얼이 사라졌다.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제각각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상을 본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것만을 의미할까. 저자의 답은 ‘아니오’다. 삶의 완전한 유연화는 상실을 가져온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리추얼은 시간을 유의미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삶에 구조를 부여하고 삶을 안정화시킨다. 공동체가 창출하는 가치와 상징적인 질서를 몸에 배게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리추얼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리추얼의 종말·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김영사 발행·160쪽·1만3,800원

팬데믹 상황은 이를 더 심화시켰다. 저자는 “바이러스가 리추얼의 종말을 완성시켰다”고 표현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몸으로 감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지고, 외로움과 고립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했다. 타인의 바라봄, 즉 관심에는 치유의 힘이 있는데 바라봄이 부재한 시대에 살게 됐다. 그것도 마스크를 쓴 채로 말이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