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브론' 김동욱, 불혹에도 가치 증명!

김종수 객원 2021. 10. 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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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선수들의 별명은 언론, 팬, 지인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만들어진다. 선수의 이미지나 외모 등이 섞여서 나오게 된다. 그중에서도 NBA 선수의 이름이 빗대어져서 합성어 식으로 만들어진 별명 중에는 기발한 것이 많다.

 

서비츠키(서장훈+노비츠키), 임내쉬(임재현+내쉬), 강페니(강병현+페니 하더웨이), 하킬(하승진+샤킬오닐), 주키드(주희정+키드), 구비 브라이언트(김민구+브라이어언트), 경상버슨(박경상+아이버슨), 바레장재석(장재석+바레장), 효궈달라(정효근+이궈달라), 시래파커(김시래+파커), 변어빙(변준형+어빙), 주리핀(주태수+그리핀), 디안드레봉수(김봉수+디안드레 조던), 송창무톰보(송창무+무톰보) 등 꾸준히 쌓여왔다.

 

수원 KT 소닉붐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40·194cm)은 팬들 사이에서 ‘돼브론’으로 불린다. 언뜻 보면 좋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대단히 좋은 별명이다. 팬들이 김동욱의 농구 센스와 다재다능함을 인정해 붙여준 별명이기 때문이다. 무려 NBA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르브론 제임스를 빗대서 만들어졌다. 당사자 김동욱 역시 “살이 많이 쪄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속뜻을 잘 알고 있는지라 기분 좋게 듣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 오리온, 삼성을 거쳐 올 시즌부터 KT에서 뛰고 있는 김동욱은 불혹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좋은 경기력을 과시 중이다. 5경기 현재 23분 정도를 소화하며 평균 8점 2리바운드 3.2어시스트로 KT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온 보조 리딩, 패싱 플레이는 물론 공격을 많이 시도하는 것도 아니면서 3점슛 성공률이 52.4%에 이를 정도로 플레이의 순도가 높다.

 

에이스 허훈(26·180㎝)이 부상으로 쉬고 있는 상황에서 당초 기대했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120% 해주고 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KT가 김동욱을 데려온 이유고 최상의 결과로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김동욱이 프로 무대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정규리그에서만 600경기(현재 604경기‧진행형)를 넘게 소화하며 40살이 넘어서까지 롱런의 대명사로 꾸준히 활약을 펼쳐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마산고 시절 고교 최고의 포워드로 각광 받던 선수였지만 대학 3, 4학년을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하며 2005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에도 이것저것 잘한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어 입단 초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김동욱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수비다. 한창 잘 나갈 때의 방성윤, 함지훈 등은 상대 팀에서 전담 수비수를 붙여도 쉽지 않을 정도로 골치 아픈 존재였다. 김동욱은 이름값이 높지 않은 시절에도 둘의 수비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도 잘 막았다. 신장이 크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묵직한 몸을 잘 이용했고 힘과 센스까지 좋은지라 활동량이 좋은 선수보다는 기술자형 선수들을 상대로 수비가 잘 통했다.

 

김동욱은 상대 기술자는 잘막으면서 본인은 또 기술자 스타일로 공격을 잘 펼친다. 스피드의 장점은 없지만 상대 수비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이 탁월한지라 흡사 능구렁이처럼 플레이하며 내외곽에서 꾸준히 득점을 올린다. 수비수가 붙으면 힘을 이용해 포스트업을 펼치거나 돌파를 시도하고 떨어졌다 싶으면 정확도 높은 슛을 꽂아 넣는다. 거기에 패싱 센스가 매우 좋아 김동욱이 공을 잡고 있으면 상대는 그가 공격을 할지 패스를 할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김동욱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선수로 통한다. 정규리그 통산 평균 7.9점 2.4리바운드 2.4어시스트의 기록은 아주 대단한 성적은 아니다. 특히 역대 최고의 포인트 포워드 중 한명이다는 명성을 감안 했을 때 어시스트 숫자는 적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김동욱의 능력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기록 이상의 공헌도를 팀에 안겨준다. 전체 게임을 읽어가며 그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라 단순히 득점, 어시스트에 욕심내지 않고 팀 내 막힌 혈을 풀어주는 역할을 잘 해낸다. 시야가 넓고 매우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거기에 테크니션 플레이어임에도 볼을 오래 끌거나 소유하지 않는다. 공격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고 자신의 찬스가 아니다 싶으면 볼 욕심을 내지 않고 공간을 찾아 움직인다. 김동욱이 경기에 투입되면 ‘볼이 잘 돈다’, ‘BQ로 경기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독은 물론 팀원들도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에이스는 아닐지 몰라도 윤활유 역할을 매우 잘해준다.

 

허훈, 양홍석(24·195㎝), 하윤기(22·203.5㎝) 등 국가대표급 젊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KT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불리고 있다. 박준영(25·195㎝), 박지원(23·191㎝) 등 핵심 백업자원들 또한 젊은지라 에너지 레벨까지 높다. 그런 상황에서 팀에 부족한 경험과 노련함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욱의 가세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베테랑의 품격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수원의 ‘돼브론’ 김동욱이 KT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종수 객원기자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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