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재 양발태클+감정 제어 실패..'리그·FA컵 노크' 울산 쓴보약 마셨다 [현장메모]

김용일 입력 2021. 10. 21. 12:52 수정 2021. 10. 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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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원두재가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후반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전주=김용일기자] 상대 노림수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며 흔들렸다. 그리고 경기장에 그대로 표출돼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패배보다 더 쓰라린 흔적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탈락한 울산 현대에 패배보다 더 쓰라린 흔적이었다. 울산은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2021 ACL 4강 포항 스틸러스와 ‘동해안 더비’에서 전,후반 연장까지 1-1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져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울산은 이전까지 전북 현대(2승2무·ACL 1승 포함), 포항 스틸러스(2승1무) 등 라이벌전에서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ACL 4강이 승부차기로 승부가 갈려 공식 전적에서는 무승부로 처리되나, 홍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라이벌전에서 고개 숙인 날이다.

울산의 올 시즌 최대 화두는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현재 승점 64로 선두를 달리는데 2위 전북 현대(승점 63)와 승점 1점 차, 박빙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FA컵도 4강에 진출해 있는 만큼 더블(2관왕)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목표를 향하는 과정을 고려할 때 포항전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이 두루 나왔다.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부분이다. 울산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리그 우승에 다가서고도 막판 뒷심 부족으로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특히 ‘실패 트라우마’로 전북과 라이벌전 등 중대한 승부처에서 평소답지 않게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전술만큼이나 선수단 심리 조율을 통해 매 순간 울산만의 축구를 펼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전북, 포항 등 전통의 라이벌을 상대로 이전보다 강한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포항전에서는 상대 전략에 다소 말려들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신진호, 고영준 두 핵심 중원 자원 공백을 왼쪽 측면의 강상우를 활용한 빌드업으로 메웠다. 강상우가 윙백 형태로 공수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특유의 연계 플레이로 흔들었다. 그리고 최근 골 감각이 좋은 임상협이 윙어로 호흡을 맞췄다. 포항엔 정확한 노림수였다. 패스 질이 뛰어난 강상우를 최대한 활용했는데, 울산 주력 윙어 이동준이 부상으로 빠진 만큼 공격 지역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다소 다혈질인 울산 오른쪽 풀백 김태환을 집요하게 공략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또 하나의 전략이었다.

실제 울산은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김태환이 임상협 등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고전했다. 포항의 집요한 측면 공략에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는 물론, 윙어로 나선 윤일록도 수비에 가담해 힘을 보태느라 바빴다.

울산 현대 김태환(왼쪽)이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임상협, 강상우와 볼다툼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다가 후반 7분 울산이 포항 골키퍼 이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넣으며 반전했다. 하지만 상대 공세에 다시 경기가 급박하게 흐르던 후반 22분 원두재는 전반부터 수비진을 괴롭힌 포항 임상협에게 무리하게 양발을 집어넣는 태클을 시도했다가 레드카드를 받았다. 위험 지역도 아닌 하프라인 부근이었는데, 그는 임상협의 발목을 겨냥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했다는 방증이다.

홍 감독은 수적 열세에 바코, 이동경 등 한방을 지닌 공격 자원을 빼고 신형민, 홍철을 집어넣으며 사실상 ‘잠그기’에 나섰다. 그러나 후반 종료 직전 프리킥 상황에서 포항 수비수 그랜트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하며 궁지에 몰렸다. 연장 들어서도 울산은 이례적으로 설영우가 박승욱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상대와 지속해서 신경전 양상을 보였다.

전략적으로 상대가 울산 주요 라인, 선수를 흔드는 건 리그나 FA컵 등 또 다른 무대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울산이 이런 상대 노림수를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실패 트라우마’를 재소환할 수도 있다. 홍 감독과 선수단이 지혜를 발휘해 포항전 실패를 보약 삼아 반등할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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