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가는 왜 우주탐사를 하는가

2021. 10. 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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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진국들은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우주탐사를 할까.".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고, 국가적 자부심을 위해 미국은 우주탐사에 그토록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는 미국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우주탐사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대단한 자부심이지만 분명한 한 것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도 우주는 너무 넓으며 그 광활함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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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진국들은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우주탐사를 할까.”. 필자는 몇 해 전 어렴풋이나마 그 해답을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찾았다. 당시 필자가 속해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작은 우주탐사 협력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위성발사를 참관할 기회를 얻은 적이 있다. 위성은 새벽에 발사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관계자와 그 가족들이 발사대 옆 건물에서 파티를 즐기듯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의 분주함과 참관인들의 기대 가득한 표정, 그리고 매초 줄어드는 카운트다운이 묘한 흥분을 만들어내는 밤이었다. 그리고 늦은 시간 NASA 국장 찰스 볼든이 도착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는데 인상적인 연설은 들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오늘밤 미합중국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고, 국가적 자부심을 위해 미국은 우주탐사에 그토록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흔들었다.

왜 그들에게 우주탐사를 통한 국가적 자부심 고취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 목숨을 걸고 기꺼이 재난지역에 투입되는 소방대원들, 방역전선에서 무거워진 어깨를 두드리는 의료인들의 노고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한다. 그뿐이랴. 산업 현장에서, 봉사 현장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흘리는 누군가의 눈물과 땀으로 한 국가는 지탱되는 것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당신들의 희생 덕분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할 것이며, 국가 체제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우주탐사란 우리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인류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이 과정을 통해 그 국가와 국민에게는 외형적인 성장이 아닌 내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다. NASA 찰스 본든 국장의 연설은 이렇게 이어졌다. “우리는 미국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우주탐사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대단한 자부심이지만 분명한 한 것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도 우주는 너무 넓으며 그 광활함으로 인해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유년기를 지나왔다. 이제 우리 사회는 내적 성장을 추구하는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궁극적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높이는 길을 우리는 걷고 있다.

이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는 그 성공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이 ‘우주탐사’라는 긴 여정을 떠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여행을 통해 우리 사회는 좀 더 내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우주탐사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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