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이재명의 主語와 主體 말장난

방승배 기자 2021. 10.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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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이란 작가가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의 내면세계까지도 분석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이야기가 작중인물이 아닌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작중인물의 내면세계까지 관장하며, 작중인물은 '그'라는 3인칭 대명사로 지칭된다.

그러므로 '3인칭 시점'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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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차장

‘전지적 작가 시점’이란 작가가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의 내면세계까지도 분석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이야기가 작중인물이 아닌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작중인물의 내면세계까지 관장하며, 작중인물은 ‘그’라는 3인칭 대명사로 지칭된다. 그러므로 ‘3인칭 시점’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인터넷사전에 나오는 설명이다. 난데없이 이야기 서술의 시점을 꺼낸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경기지사)가 지난 18일 국감에서 성남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준 ‘초과수익 환수 거부’와 관련해 한 발언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피감기관 증인으로 나와서 하는 말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그래서 위증을 못 하게 선서도 한다.

그런데 이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이 후보 발언이 배임 논란에 휩싸이자 문제가 된 발언의 주어가 생략됐는데, 생략된 주어는 이 후보가 아니라 성남도시개발공사라고 주장했다. 성남도공의 당시 내부 상황을 이 후보가 객관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후보의 서술 시점이 갑자기 1인칭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국감 동영상을 다시 돌려봤다. 이 후보는 관련 질의를 받고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고,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팩트입니다. (생략) 그러면 초과이익조항 왜 안 만들었냐? 제가 고정으로 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의 지침 때문에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제 지시 위반이 돼서 안 되는 것이고요”라고 돼 있다. 국어 문법적으로 보니 술어 부에 해당하는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의 주어(主語)는 없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문장에서 이익환수 거부 조항 추가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제 지시 위반이 돼서 안 되는 것”이라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후보 지시 때문에 직원들이 이익환수를 거부했다는 말이다. 비록 주어가 빠져도 이익환수를 거부하게 한 주체(主體)는 이 후보가 된다. 주어가 누구건 관계없이 최종 거부권자가 이 후보 본인이라는 얘기다. 이 후보 측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문장 주어 생략’이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내놨지만, 이 후보의 발언 실수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래서 이 후보는 20일 국감에선 “해당 조항을 넣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가 있었다는 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고 당시 나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배임 논란을 피해 가려 한 것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인물들과 성남도공에 철저히 거리를 두려 했는데 18일 국감에서는 성남도공의 당시 내부상황을 제3자가 소상히 설명하는 식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잠시 이동했던 것이 모순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당시 상황은 언론보도로 알게 됐고 자신은 몰랐다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돌아갔다. 이 후보는 앞서 9일 페이스북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말은 현란하게 바뀌고 주어도 생략되니 유심히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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