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챙겨준 한살 많은 대학 단짝.. 마지막 만남서 상처 안겨 후회

기자 2021. 10.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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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 언니, 오랜만이야.

언니는 나보다 고작 한 살 많을 뿐인데, 집안에서 첫째라 그런지 꼬박꼬박 나를 챙겨주며 언니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

친언니가 없던 난 그런 모습이 참 어른스럽다고 느꼈는데, 또 어느 때는 나보다 더 애교 있고 아이 같은 모습에 우린 잘 맞았지.

이미 언니도 알고 있었을 현실적인 직언으로 이제 그만 생각하고, 그만 슬퍼하라던 나의 단호한 말이 언니에게 상처를 줬던 건 아닌지 그 이후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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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합니다 - 박혜경 언니에게

혜경 언니,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지? 이렇게 이름을 부른 지가 참 오래됐네.

대학생활에서 제일 친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물으면 고민 없이 언니라고 할 수 있는데, 막상 대답하려면 머뭇거려지는 건 아마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아서겠지. 두 명씩 들어갔던 면접 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언니와 난 대학 4년 내내 붙어 다녔잖아. 언니가 휴학할 땐 내가 외롭게 혼자 다녔고, 내가 휴학했을 땐 언니가 혼자 다닐 정도로 우린 둘 말고는 친한 친구가 없었는데….

언니는 나보다 고작 한 살 많을 뿐인데, 집안에서 첫째라 그런지 꼬박꼬박 나를 챙겨주며 언니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 친언니가 없던 난 그런 모습이 참 어른스럽다고 느꼈는데, 또 어느 때는 나보다 더 애교 있고 아이 같은 모습에 우린 잘 맞았지.

언니와 연락이 끊긴 지 꼬박 10년이 됐더라고. 그때 우리가 마지막으로 당산역 근처에 있는 2층 어느 바에서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눴는데 졸업 후 전공과 다른 업계로 입사를 준비하느라 여유가 없었을 언니를 위로하지 못했던 게 아직 내 마음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어. 게다가 그때 당시 좋지 않은 일로 일본에 다녀와서 아픈 마음으로 나온 자리였는데도 난 그 상한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모질게 말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언니는 그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을 원했던 게 아니라 위로가 필요했을 텐데 말이야. 이미 언니도 알고 있었을 현실적인 직언으로 이제 그만 생각하고, 그만 슬퍼하라던 나의 단호한 말이 언니에게 상처를 줬던 건 아닌지 그 이후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

내가 언니를 찾아야 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언니는 그때도 가끔 연락처를 바꾸고 시간이 조금 지나 마음을 추스른 뒤엔 오랜만이라며 나에게 다시 연락하곤 했으니까. 어느 날 연락처가 바뀌고, 메신저에서 언니의 이름이 사라진 걸 알았지만 언니에게도,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어.

혜경 언니,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철없던 때 겪은 소용돌이 같은 일들에 언니를 위로하지 못했던 것, 그렇게 언니를 멀어지게 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어. 그 시기에 내가 언니에게 받았던 건 애정과 위로인데, 난 언니에게 모질게 대한 모습이 마지막으로 남았더라고. 어디에선가 또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 있을 언니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번엔 글로 먼저 미안하다고 전할게.

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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