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SK케미칼 주주들, "공짜로 주식 준다고 해도 못 믿겠다"

정해용 기자 2021. 10. 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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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증자 공시 후 권리락일 전까지 개인·기관 180억 매도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유틸리티 사업까지 분사 예정
기업가치 저평가 논란 속 주주들 불만

무상증자와 중간배당제 검토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SK케미칼(285130)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으로 보통 주가에 호재로 인식된다. SK케미칼은 20일 장 마감까지 1주라도 기존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는 0.5주씩 신주를 나눠주겠다며 무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SK케미칼이 무상증자한 것은 2017년 창사 후 처음이다. 같은 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의 30%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중간배당제 도입도 검토하겠다며 배당 확대 방침도 공개했다.

SK케미칼이 공짜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한 것은 주가가 기업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에도 주식을 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신주인수권을 챙겼다.

SK케미칼 사옥 전경./SK 제공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기관투자자는 SK케미칼 주식을 177억9228만원을, 개인은 4억5003만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15억6798만원 순매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K케미칼은 지난 7일 장 마감 후 공시에서 20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는 1주당 0.5주를 무상으로 주는 무상증자를 발표했다.

김용태 브로드써밋파트너스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 SK그룹이 계열사들의 주가 관리를 안 한다는 생각이 퍼져 있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특히 SK케미칼은 바이오 부문을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로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화학 기업도 아니고 바이오 기업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갖고 있어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SK케미칼이 보유한 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치가 SK케미칼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있는 것 같다”라며 “이런 현상은 삼성물산(028260) 등 다른 대기업 지주회사에도 똑같이 발생하는 현상인데 주주와 회사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SK케미칼은 그동안 주주들에게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받아왔다. SK케미칼은 지난 2018년 백신 등 바이오 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고, 현재 68.4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장 가치는 11조5167억6900만원이다. 같은 날 SK케미칼 시가총액(3조6723억1125만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알짜 사업 분야인 바이오를 떼어내 SK케미칼의 주가가 저평가된 셈이다.

SK케미칼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는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중 일부(18.3%)를 매각해 주주에게 배당하라고까지 요구했다.

이에 더해 지난 9월 13일에는 SK케미칼이 전력, 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 부문까지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하자 주주들은 또 한 번 반발했다. 가칭 SK멀티유틸리티는 오는 25일 임시총회를 거쳐 12월 1일 정식 출범한다. SK멀티유틸리티 분할이 공시되자 SK케미칼 주가는 하루에 10.2%가 급락하기도 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상증자와 배당 확대정책은 이미 SK케미칼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갖고 앞으로 SK케미칼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저평가된 주가를 어떻게 끌어올리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는 회사에 달린 일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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