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대선판, 한반도 정책은 안 보여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2021. 10. 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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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차기 정부평화통일 정책이 순항할 수 있으려면

[미디어오늘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최근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군비 경쟁을 부추기는 주장, 행동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핵무장론이 나오고 북한에 대한 무조건 대화 재개 제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미일 정보수장들이나 러시아 등을 포함한 비핵화 관련 고위공직자들이 회동하고 있다. 남북은 신무기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식이어서 해외에서는 남북 간 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방한해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보강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대만과의 일전도 불사한다는 식의 무력 시위도 벌이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발생하면 주한미군과 한국이 방관할 수 없다는 논리와 함께 전작권은 미국이 계속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의 향후 미래, 특히 평화통일 가능성을 크게 좌우할 걱정스런 상황이지만 국내 대선전에서는 남북문제, 통일정책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정견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대선후보나 정당들이 국내외 주요 현안이나 미래에 대한 정책, 청사진을 내놓지는 않고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근거 없는 흠집 내기, 막가파식 정쟁을 벌이는데 몰두하고 있다. 언론도 제4부 역할을 내팽개친 채 정치권의 선전홍보 역할에 매몰돼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선 가장 중요한 사안은 한국의 핵 무장론이다. 미국에서 최근 한국 핵무장이 필요하고 미국이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가 미 정부 선전매체인 미국의 소리방송 등을 통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침묵한 채 그 주변의 관변 연구소나 전직 군사외교 관리들이 앞장선 이 새로운 발상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나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들여온다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한국이 직접 핵무기를 만들어 보유하도록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 정부의 선전선동 정책을 볼 때 관변에서의 주장은 미국 정부 일각의 방안이라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그래서 최신 한국의 핵무장 논리가 더욱 주목된다.

미국의 한국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논리 핵심을 보면 미 국익 챙기기에 매몰된 국가이기주의이다. 남한의 자위적 안보 강화 등을 제시하지만 궁극적으로 미국의 군사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의 결과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의 한반도 군사충돌 사태에 미국이 개입하면 북한 핵무기가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 미국 개입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핵을 보유해 북한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자유아시아방송 2021일 10월19일)다. 이는 미국이 핵 피해를 입기 싫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자는 이기적 발상이다.

미국에 대한 핵공격 피하기 위해 한국이 핵무장?

그들은 이를 한미동맹 약화로 표현하면서 이의 극복을 위해 한국이 현행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해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허용돼야 하는 쪽으로 미국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한미동맹 핵심은 미국 안전 보장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부분이다.

미국 관변의 이런 논리는 일본 등의 핵무장 빌미를 줄 수 있고 한국이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미국이 앞장서 그것을 해소해주자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발상은 러시아, 중국 등 반대에 직면할 것이지만 미국은 그런 점을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만약 미국 일각의 주장대로 실현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증진, 평화통일 가능성 촉진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무기를 헐어내고 분단 장벽을 낮추자는 것과 반대로 남북이 핵무장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자는 논리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평화, 경제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것과 정반대 논리이다. 2018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미국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은 거기에 한술 더 뜨는 식으로 남한 핵무장에 대한 선전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이런 태도의 원인은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한반도 분단 상태를 영구화하겠다는 속셈에 다름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 호주, 일본 등과 함께 쿼드(4자 안보대화)를 만들어 중국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남한을 거기에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다. 미중 패권은 동북아 긴장 상태를 군사적으로 높이는 환경 조성 작업이 필요하고 미국은 한반도 분단과 갈등을 격화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무조건 대화하자고 구걸하는 식의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아프간 철군 사태 속에서 빚어진 미국의 망신을 만회해 보자는 노림수에 불과하다.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 전략 등은 그대로 놓은 채 비핵화를 위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하고 있으나 이는 국가간 협상에서 취할 정상적 태도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해법은 1990년대 중반부터 다국 간 또는 당사국간 협의를 통해 다 제시돼 있다. 한 쪽이 굴복하거나 일거에 해치우는 일괄처리 방식은 실현성이 없고 단계적으로 말과 행동의 일치 등이 기본적이고 합리적 프레임으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은 여전히 북이 굴종하거나 무릎을 꿇는 식의 협상조건을 제시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조르고 있다. 이는 대화를 통한 상황 개선에 뜻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반도 문제 해법에서 미국은 한국과 혼연일체를 주장하면서 한국을 실질적으로 미국에 종속시키는 태도를 고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에 의한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는 식의 행동을 할 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미국이 저지하는 것에 대해 한국의 어느 공직자도 그에 대한 실상을 공개한 적 없을 뿐더러 천문학적 국방예산으로 군비증강을 하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동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중장기적 평화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한 적 없고 대통령 입만 바라볼 뿐이다. 부처의 존재감이 전무한 실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차기 정부 위한 결단해야

한국이 한반도 당사자로서 미국과는 동일하지 않은 별도의 평화 증진이나 비핵화 추진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런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군사력이 세계 6위 수준이고 각종 첨단무기 개발 보유를 과시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에 철저히 순응하는 태도를 지니는 것은 한반도 사태 해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차 또렷해지고 있다. 한미동맹은 찰떡공조라고 일컬어졌지만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이 미국 반대로 좌초되는 것에서 한미동맹의 역기능이 심각해졌다는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 한미동맹, 군사관계를 유엔회원국 수준에 맞게 정상화할 시점이 됐다는 것을 부인키 어렵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앞세워 챙기려는 이익과 평화통일 달성이라는 지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그것이 동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서로 다른 방식의 전략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을 살필 때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것은 불평등한 한미동맹의 핵심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폐하면서 동시에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평화공존 정책을 실천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이전에 결단해서 한반도의 모순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차기 정부 평화통일 노력이 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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