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엑슨모빌, 대형 석유·가스 프로젝트 포기 검토

방성훈 입력 2021. 10. 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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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잠비크·베트남 프로젝트 최종 투자결정 논의서
親환경 행동주의 펀드 추천 이사 3명이 '제동'
"脫탄소 시대 도래..더 많은 현금 주주 환원해야"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최대 석유·가스 업체인 엑슨모빌이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 일부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제 에너지 환경이 탈(脫)탄소 기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지명한 인사들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기존 투자 전략들을 재고하게 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엑슨모빌 이사회는 현재 회사의 5개년 지출 계획 검토 일환으로 모잠비크의 300억달러 규모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과 베트남의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親)환경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넘버원이 지난 5월 추천한 이사 3명이 투자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회사가 저수익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을뿐더러, 기후변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저탄소 연료로의 전환을 계획하는 일관된 전략도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당장은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개발 사업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는 데다, 이미 국제사회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진넘버원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돌려줘야 한다면서 화석연료 투자를 제한하라고 엑슨모빌을 압박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어 내부 이사들 뿐 아니라 환경 운동가 및 단체, 일부 정부 관료들도 엑슨모빌에 석유·가스 생산량을 줄이라며 압력을 가하는 등 두 프로젝트 모두 정치적 장애물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로부마(Rovuma)’로 불리는 모잠비크 프로젝트는 남아프리카 국가 해안에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육상 플랜트에서 액체 상태로 냉각시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엑슨모빌은 이 프로젝트 지분 인수를 위해 28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최종 투자 결정은 수년 동안 연기해 왔다.

엑슨모빌은 프로젝트 비용의 정확한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모잠비크는 270억~33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와 근접한 지역이어서 개발 완료시 향후 양질의 수출 기회와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엑슨모빌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모잠비크는 기반 시설이 부족할 뿐더러, 정부군이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반군과 싸움을 벌이는 등 대내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3월엔 토탈에너지가 진행하고 있는 200억달러 규모 가스 프로젝트가 인근 지역의 폭력 사태 발발로 건설을 중단한 바 있다.

베트남 가스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엑슨모빌과 파트너사들이 해안에서 50마일 떨어진 바다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면서 추진됐다. 해상에서 캐낸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발전소로 보내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개발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200억달러 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발견된 가스전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수역 인근에 위치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는 진단이다. 엔진넘버원 추천 이사 중 한 명인 그레고리 고프는 두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위험을 더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 측 이사진은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강력 반대하고 있으며, 엔진넘버원 측 이사들과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부마 프로젝트가 엑슨모빌 사업 포트폴리에오서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이자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한편 엑슨모빌은 엔진넘버원 추천 인사 3명이 이사회에 진출한 이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지난 2월 탄소 포집·저장, 수소, 바이오 연료 및 기타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저탄소 장치에 3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수주내 이를 수십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할 예정이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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