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재확산 英서 방역 도입 목소리..정부 "위드코로나 후퇴없다"

최서윤 기자 2021. 10. 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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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대응 늦어져 n차 유행 초래했던 정부..보건 전문가들 "이러다 경제 회복 더 늦어진다"
보건장관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 배우고 있을뿐"..부스터샷·먹는 치료제 '사활'
사지드 자비드(사진) 영국 보건장관은 "계절성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이 되면 하루 10만 명까지 확진자 수가 치솟을 수 있지만, 위드코로나가 아닌 플랜비는 현 시점에서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강제 규제를 철폐하며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실시해온 영국이 선택의 기로에 접어들었다.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육박하면서 재유행이 뚜렷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후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까지 치솟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플랜비(B) 실시는 없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자비드 장관은 이날 "인플루엔자 등 계절성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회복 상황이 큰 위협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이 늘고 있다. 이러다 하루 10만 명까지 갈 수 있다. 팬데믹은 아직 안 끝난 것"이라면서도 "데이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플랜비 같은 비상 조치 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계속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으로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전국 국영 보건기관들의 대표 격인 '국민보건서비스(NHS Confederation)의 매튜 테일러 국장은 "병원들이 느끼는 압박은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감염자가 늘면서 병원의 대응이 집중돼야 할 환자들마저 응급실 대기, 구급차 대응 시간과 치료 지연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증 환자는 자가 격리하되, 중증 환자에 치료를 집중해 사망을 막는 건 위드 코로나 방역 모델의 핵심인데, 이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테일러 국장은 "좀 불편하더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 경제 정상화를 앞당기는 게 낫겠나 아니면 계속 기다리다가 상황이 악화돼 더 가혹한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취지로 반문했다. 섣부른 방역 완화로 위드 코로나의 근본 목적인 경제 정상화가 오히려 더뎌질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정부의 대응을 보건 전문가들이 못미더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국 정부는 작년 초 팬데믹 시작 후 주요 유행 국면 때마다 늘 한 박자씩 느리게 대응해 감염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6800만 규모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858만9737명으로, 인구 규모가 두 배 이상 큰 러시아(809만4825명)보다도 많다. 영국보다 누적 확진자가 많은 나라는 미국과 인도, 브라질뿐으로, 모두 인구가 억대 규모다.

영국은 누적 사망자 기준으로도 미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페루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다. 이 중 영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는 페루뿐이다. 이날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 수는 13만9031명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19일 실내 마스크 착용까지 개인 자율에 맡기는 대대적인 거리두기 철폐를 발표하고,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철회했다. 팬데믹 기간 3차례나 실시한 봉쇄 정책으로 위축된 경제 회복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

영국의 위드 코로나 성공 여부는 한국을 포함해 단계적 방역 완화를 준비하는 많은 국가들의 최대 관심사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올 겨울엔 기필코 경제 봉쇄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성공을 다짐해왔다.

최근 영국 재유행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로는 지난달 전면적인 학교 수업 재개에 따라 학령 아동들의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 선도국이었던 이스라엘도 현재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아울러 영국 옥스포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해 영국인 대다수가 접종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모더나·화이자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마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듯, 영국 정부는 50세 이상 고령층과 위험군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과 독감 백신 접종을 촉진하고 있다.

자비드 장관은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입원과 사망의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건부는 화이자와 머크의 경구용 치료제 73만 회분 선구매 계약도 맺었다고 전했다. 머크의 치료제는 현재 FDA 심사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승인될 전망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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