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왕' 이라고? 억울함에 펄펄 뛰는 새우

기자 2021. 10. 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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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저동 ‘고씨네 고추장찌개’에서 내는 새우튀김. 머리째 튀겨내는 새우가 용을 닮았다고 해서 ‘용튀김’이란 이름으로 메뉴에 올라 있다. 찌개 집에서 내는 메뉴로는 생뚱맞아 보이지만 단골들에게는 인기메뉴다.
왼쪽부터 준우수산 생새우구이, 월령작야 닭새우 회, 야경 에비깡, 티엔미미 마을 새우찜, 오자와 에비텐동, 상해소흘 멘바오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 이우석의 푸드로지 - 가을철 붉은 손님 ‘대하’

키토산 많은 껍질 함께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낮춰줘

가을 대하, 10월에 맛의 절정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기술

‘혼자 여행할땐 새우 먹지말라’

‘본초강목’ 강장식품으로 기술

가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붉은 것은 비단 만산홍엽 단풍만이 아니다. 불에 닿으면 선홍색을 띠는 새우가 가을 바닷속에 있다. 긴 수염, 굽은 허리 탓에 바다의 늙은이, 일본인들은 새우를 일컬어 해로(海老)라 했던가? 우리에겐 누천년 입맛을 함께한 밥상의 벗 새우다. 11월이 돼 이 붉은 가을 손님이 떠날 채비를 하기 전에 서둘러 만나야 한다.

새우는 감칠맛의 대명사다. 새우로 젓을 담가 팔면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까지 입맛을 돌게 했다. 새우젓은 새젓이라고도 부르며 하해(蝦해), 백하해(白蝦해), 백하(白蝦)젓이라고도 문헌에 기록돼 있다. 새우젓을 많이 담그면 노가리처럼 생태계가 파괴될 것으로 아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젓새우는 큰 새우의 유충(치어) 격이 아니다. 기껏 다 자라봤자 2∼3㎝를 조금 넘는다. 원래 씨알 작은 놈들이다. 봄부터 11월까지 서해 연근해에 살다 떠난다.

봄에 잡아 젓을 담그면 춘젓, 오뉴월엔 오젓 육젓, 가을에는 추젓인데 지금 잡는 젓새우는 김장용으로 주로 쓴다. 옴천(전남 강진) 등지에서 깨끗한 물에 사는 민물새우를 11월쯤 잡아 담그면 토하젓이라 해서 별미로 쳤다. 가을 대하가 특별히 인기다. 10월에 맛이 절정에 이른다. 굵은 소금을 깔아 불을 지피고 생새우를 넣으면 팔딱팔딱 뛰다 어느새 탱글탱글한 새우구이가 된다. 해물탕에 넣거나 새우장을 담그기도 한다. 보리새웃과에 속하는 대하는 연회색 몸에 진회색 작은 점들이 총총 박혀 있다. 하늘로 솟구친 뿔과 수염이 길다. 늦봄부터 서남해안 연근해에서 어린 조개 따위를 먹고살다가 11월이면 떠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기술될 만큼 대하는 오랫동안 우리 식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양식이 되지 않는 대하의 대체품으로 들여온 흰다리새우는 사실 소비자들에게 더 익숙하다. 이름처럼 다리가 하얗고, 대가리 뿔과 수염이 대하보다 짧다. 주로 양식이지만 살집이 튼실하고 수조에서도 오래 살아 요즘 새우구이와 새우회를 파는 집에서 주로 쓰는 종류다. 이걸 파는 가게에선 대하구이라 쓰지 않고 ‘생새우구이’라 쓴다. 제철에 맛이 드는 것은 똑같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새우가 강장식품이라 ‘혼자 여행할 때 새우를 먹지 말라’고 썼다. 실제 새우에는 열에 의해 붉은 색소로 변화하는 단백질(아스타크산틴)이 있는데 노화방지와 항산화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박카스 등에 들어 있는 타우린도 많아 피로해소와 자양강장에 좋다. 아르지닌도 풍부해 스태미나 향상에 좋다.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압에 좋지 않다는 건 누명에 가깝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함유한 데다, 대가리와 껍질 부위는 키토산을 다량 함유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새우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식재료다. 달달하고 감칠맛도 좋아 국물 요리에도 쓴다. 싱싱한 놈은 그대로 생식해 회로도 먹는다. 특히 요즘 보리새우는 횟감으로 좋다. 춤을 춘대서 ‘오도리’라 부르기도 한다. 보리새우는 줄무늬가 선명해 영어로 타이거 새우라 부른다.

절지동물문 갑각강 십각목에 속하는 새우는 종이 퍽 다양하다. 닭새우, 대하, 젓새우 등 우리는 새우를 이렇다 할 구분 없이 이름으로 불러 왔지만 외국에선 다르다. 영어로 프론(prawn)과 슈림프(shrimp)가 있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으면 슈림프, 큰 종류는 프론이라 부른다. 실제 생물학적 분류로 보면 프론은 보리새우상과 새우류로 대체로 크기가 크다. 세계적으로 즐겨 먹는 식재료다. 유대인의 코셔에선 이 맛좋은 것을 못 먹게 한다. 과연 선민사상이 맞는 것일까 의문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새우로는 일단 민물새우가 있다. 산과 하천이 많은 한국에는 생이(토하), 새뱅이, 줄새우, 징거미새우 등을 꼽는다. 몸집은 작지만 국물을 낼 때 시원한 맛이 좋아 어죽이나 민물 매운탕 재료로 쓴다. 분홍빛에 단맛으로 유명한 도화새우는 횟감이나 초밥용 재료로 많이 쓴다. 동해안 깊은 물에서 주로 잡히며 선어 상태로 차가운 곳에서 숙성시키면 찰떡처럼 차지고 깊은 단맛을 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유명해진 ‘독도새우’ 역시 도화새우의 한 종류다. 독도 인근 심해에 사는 독도새우는 성체 크기가 무척 커 ‘소주병’ 만한 크기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즐겨 먹는 닭새우(가시배새우), 이 범배아목의 생물은 분류상 새우에 들지 않는다. 먹어보면 맛도 다르다는 것을 이미 느꼈을 거다.

붉은빛 새우에 살이 차오르면 이제 가을도 완연한 것이다. 식욕의 계절, 제철을 맞은 새우가 뛰니 입맛 또한 덩달아 펄펄 뛴다. 맛난 새우를 맛볼 수 있는 맛집 10곳을 소개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어떻게 먹을까

◇ 생새우구이 = 준우수산. 고양시 장항동 시절부터 새우구이로 명성을 쌓아온 집이다. 고층 아파트 단지 앞에 논이 펼쳐지고 그 앞마당에서 활새우를 구워 먹는데 분위기가 좋다. 수조에서 방금 꺼낸 생새우를 소금이 깔린 솥에 넣고 굽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대가리를 잘라내 따로 바싹 구워준다. 값은 좀 나가는 편이지만 새우 씨알이 굵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 위시티로 3-8. 시세.

◇ 닭새우 회 = 월령작야. 제주 월령 앞바다에 자리 잡은 해물 주점이다. 꼬들꼬들한 맛의 닭새우를 일일이 손질해 횟감으로 올려낸다. 달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혀에 찰싹 달라붙는 숙성 새우살을 씹으면 그윽한 풍미가 한가득 퍼진다. 대가리는 따로 가져가 새우 해물라면을 끓여준다. 요즘 제철을 맞은 고등어회와 시메사바(고등어초회)까지 곁들일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3길 39-5 1층. 2만9000원(12마리)

◇ 새우튀김 = 이자카야 다이닝 야경. 연남동 거리에서 일식과 이탈리안 스타일을 접목한 해물 요리와 야키도리, 육회(생고기) 등 다양한 안줏거리와 식사메뉴를 판다. 식사를 겸해 술자리를 가지기 좋은 곳이다. 맥주나 하이볼 안주로 곁들이는 에비깡(새우튀김)이 있다. 민물새우에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해 심심풀이 안주로 딱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89-6. 7000원.

◇ 마늘새우찜 = 티엔미미. 정지선 셰프가 광둥(廣東)식 중국요리를 선보이는 집이다. 딤섬을 기본으로 다양한 새우요리를 맛볼 수 있다. 부추와 새우를 통째로 부드럽고 존득한 피 속에 넣은 부추수정교자는 향긋한 새우 풍미를 한입 가득 느낄 수 있다. 마늘새우찜은 당면(분사) 위에 마늘향을 입힌 통새우를 소롱(小籠)에 쪄낸 요리. 은근한 마늘과 진한 새우 향이 잘 어우러진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9. 1만 원. 부추수정교자 8000원.

◇ 생새우구이 = 울릉도조개구이. 종로에서 조개구이 맛집으로 입소문 난 집이다. 요즘은 가을에 맞춰 생새우 소금구이와 전어구이를 내고 있다. 조개 명가이니 따로 수조를 두고 살아 있는 활새우를 써 구워내도 탱글탱글하다. 바싹 튀겨낸 대가리가 특히 맛이 좋아 안주로 딱이다. 가격도 적당해 조개구이나 찜을 먹기 전 에피타이저로 즐기면 좋다.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17길 42-1. 2만 원.

◇ 독도새우 회 = 동작그만 새우구이. 그 유명한 독도새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크기가 거대해 운동화만 하다. 도화새우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독도새우는 살집의 차지고 단맛이 일품이다. 회로 먹자면 찰떡같은 살을 우물우물 씹을 때마다 달콤한 향을 품은 육즙이 터져 나온다. 워낙 귀한 종류라 없을 때도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마디미로56번길 7. 시세.

◇ 새우튀김 덮밥 = 홍대 오자와. 이름난 덮밥집이다. 닭고기 볶음에 달걀을 두른 오야코동을 주메뉴로 하는데 커다란 새우튀김을 3개나 올린 에비가츠동 등 새우튀김을 덮밥으로 즐길 수 있다. 새우 토핑이 따로 있어 어떤 요리를 주문하더라도 하나씩 주문해 바삭한 새우튀김의 고소한 맛을 곁들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10길 15. 오야코동 7500원. 새우 토핑 3000원.

◇ 멘바오샤 = 상해소흘. 중국식 실내 포장마차 분위기의 요릿집이다. 뚝배기 족발, 바지락볶음 등 중국 현지식 요리가 많다. 새우를 다져 식빵에 끼우고 튀겨낸 멘바오샤는 새우를 응용한 요리다. 새우살을 느낄 수 있도록 갈아내지 않고 칼로 다져 튀겨낸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2. 2만 원.

◇ 민물새우탕 = 한탄강오두막골. 가물치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한탄강을 품은 연천군은 원래 매운탕으로 유명한데 이 집은 특별히 민물새우를 듬뿍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민물새우탕이 유명하다. 매운탕에 곁들여 넣는 민물새우를 따로 주인공 삼아 새우탕 전골로 끓여낸다. 연천군 청산면 청창로141번길 92. 민물새우탕 9000원.

◇ 새우튀김 = 고씨네 고추장찌개. 커다란 새우튀김이 승천하는 용을 닮았대서 용튀김이라고 한다. 상호처럼 매콤하고 달달한 고추장찌개를 파는 집인데 바삭하게 튀겨낸 새우튀김을 곁들이면 궁합이 딱 맞는다. 반죽과 기름 온도를 잘 맞춰낸 덕에 튀김옷은 바삭한데 새우살은 촉촉하면서도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다. 서울 중구 수표로 26 1층.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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