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피 수혈·이슈 확대.. 美 '한반도 전문가' 지형이 달라졌다

김남석 기자 2021. 10. 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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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스튜디오에서 열린 연례 포럼에서 마크 램버트(왼쪽 두 번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 오미연(〃 첫 번째) 애틀랜틱 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등 참석자들이 한반도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화면 속 인사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다. 애틀랜틱 카운슬 제공

■ 글로벌 포커스 - CSIS 등 싱크탱크에 ‘변화의 바람’

한국 관련 석좌·국장급 자리

2009년 1곳 → 현재 7곳으로

브루킹스硏·우드로윌슨센터 등

6곳 모두 신진 전문가들 선임

北이슈 일변도였던 연구주제도

한류·공급망 등으로 폭넓어져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미국의 ‘제5부’라 불리며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역대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워싱턴DC 싱크탱크(Think Tank)의 한반도 전문가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2009년 미 싱크탱크 중 처음으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의 후원으로 한국석좌(Korea Chair)가 개설된 이후 12년이 지난 현재 빅터 차 CSIS 석좌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 전문가층에 더해 40대 전후 신진 전문가들이 브루킹스연구소, 애틀랜틱 카운슬, 우드로윌슨센터 등 주요 싱크탱크에 자리를 잡고 활동을 시작했다. 한반도 문제라고 하지만 수십 년간 핵·미사일 개발, 체제 안정성 등 북한 관련 이슈에만 집중됐던 한반도 관련 연구주제 역시 한국 민주주의와 거버넌스, 공급망 이슈, 한류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40대 전후 한반도 전문가들, 주요 싱크탱크 전면에 포진=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전후해 방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미 행정부, 의회 인사들을 면담하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도 공통으로 빼놓지 않은 곳이 있다. CSIS였다. 미 주요 싱크탱크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 중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적절한 제안·의견을 내놓고 행정부·의회가 결정하는 각종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반도 이슈의 경우 중국·일본 등에 비해 학계·외교가에 인력 풀이 많지 않아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의 이슈가 생기면 정부 부처 등이 싱크탱크에 정책자문을 많이 하는 실정이다.

싱크탱크 전문가가 행정부에 들어가 일하거나 국무부 등의 전직 관료들이 싱크탱크에 자리 잡는 ‘회전문 인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한·미 관계 발전·강화를 위해서는 60대가 대다수인 워싱턴 싱크탱크의 1세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신할 차세대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싱크탱크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주요 싱크탱크에 마련된 한국 관련 석좌·국장급 자리는 2009년 CSIS 한 곳에서 12년이 지난 현재 7곳으로 늘었다.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한반도 이슈에 집중해 연구 성과를 내고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물리적·재정적 기반이 대폭 확대된 셈이다. 차 석좌가 있는 CSIS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의 경우 40대 전후 전문가들이 전면 배치됐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잇따라 신진 전문가들이 선임되면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브루킹스연구소는 한국석좌에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 교수를 임명했다. 여 석좌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거버넌스(국가경영)와 동맹 정치, 해외 거점 전략 등을 주로 연구했으며 브루킹스연구소에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 외교정책 등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임 정 박 석좌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무부로 자리를 옮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및 대북특별부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랜드연구소가 에릭 모브랜드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한국석좌에 임명했다. 모브랜드 석좌는 한·미 협력 강화방안을 비롯해 한국의 민주주의 성과를 기반으로 아시아 민주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양국의 역할 등을 집중 연구하게 된다. 우드로윌슨센터도 같은 날 한국 역사·공공정책연구센터 국장에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을 임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뉴욕대 졸업 후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테리 국장은 중앙정보국(CIA)에서 한반도 문제 선임분석관으로 활동하고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정보위원회(NIC) 등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 외에도 오미연 애틀랜틱 카운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존 박 하버드대 벨퍼센터 코리아프로젝트 국장,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등도 워싱턴 싱크탱크를 무대로 최근 활동이 두드러진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들로 꼽힌다.

미 싱크탱크와 대학들의 한반도 관련 연구 확대 움직임도 뚜렷하다. CSIS 등 기존에 한반도 이슈를 다루던 싱크탱크 외에도 미국진보센터(CAP), 신미국안보센터(CNAS) 등에서도 3∼4년 전부터 한국 관련 연구가 시작됐고, 하버드대·존스홉킨스대 등에서도 한국 관련 연구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20∼30대부터 한반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진다. KF는 2019년부터 석·박사 학위를 딴 지 10년 미만인 젊은 연구자 10여 명을 선발해 연간 2만∼5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신진 연구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젊고 촉망받는 신진 연구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제공해 한반도를 연구하는 인력 풀을 한층 확대하기 위한 마중물인 셈이다.

◇북한 이슈 일변도에서 정치·경제·문화 등 연구주제 폭넓어져=지난 5일 CSIS는 ‘안보를 넘어-한국의 소프트파워와 한·미 동맹의 미래’라는 주제의 화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북핵 문제 등 무겁고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를 다뤘던 싱크탱크가 이례적으로 ‘오징어게임’ 등 K-드라마, K-팝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과 함의, 양국 동맹관계에 미치는 효과 등을 분석했다.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에 대비되는 ‘소프트파워’(문화·예술·과학 등을 통해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 힘)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석학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문화 소프트파워가 잘 갖춰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모범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류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핵심 정책과제로 떠오르면서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산업계와 개별 기업들이 주요 싱크탱크의 연구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문제 전문가가 곧 한반도 전문가로 통했던 과거와 달리 아시아 거버넌스를 주로 연구해온 여 석좌나 에너지 분야를 전공한 오 국장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등장해 한반도 이슈 관련 논의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반대로 북한 등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대신 글로벌 핵문제 전문가로 북핵 문제를 다루는 토비 돌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국장 등 새로운 형태의 전문가 집단도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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