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P가 옛일?..판결문 보니 피해자 죽어도 실형 '전무'
관심 끌어야만 엄정 조사.."군 사법개혁 필요"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최근 군대 내 부조리를 꼬집은 드라마 D.P가 큰 인기를 끌었다. 폭행과 폭언 등 가혹행위 등을 견디다 못해 병사들이 탈영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드라마는 전문가들을 비롯해 피해 관련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군은 이를 두고 과거의 일을 극화한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는데 과연 드라마 D.P는 옛 일에 불과한 걸까. 최근 5년 동안 군 내 부조리와 관련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드라마 D.P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더욱이 이 드라마의 마지막 화의 주제인 '방관자들'처럼 사건의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이 내려져도 솜방망이에 그쳤고 심지어 전관예우 의혹도 있었다.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이후 피해자가 사망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벌금 혹은 집행유예의 처벌에 그쳤다.
특정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적시도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경우도 있어 가해자를 선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사망사실을 외면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8년에는 공군 장교와 부사관이 휴가를 이용해 병사에게 갑질을 일삼았고 일상에서도 상습적인 괴롭힘으로 결국 해당 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가해자인 장교는 고작 벌금 200만원이, 부사관은 무죄가 선고됐다.
같은해 해군에서는 영관급 장교의 폭행과 모욕 사건이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신체적 폭행을 일삼은 것은 물론, 욕설을 섞어가며 피해 병사를 모욕했으나 군사법원은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가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중 1명은 기소 전 극단 선택을 했는데 해당 판결문에는 이 사실이 적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사건은 전관예우 의혹도 있었다. 이 사건을 맡은 담당변호사는 해군에서 군사법원 군판사로 근무하다 사건 1년 전 전역하고 개업한 전관 변호사였다.
만약 군 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에서도 이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사실상 군사법원이 방관자인 셈이다.
최근에는 일명 '서산 손도끼 사건'도 있다. 육군 32사단 상근예비역 상병이 전역한 선임병을 손도끼로 협박해 자살하게 한 중대사건인데, 군사법원은 구속영장청구를 당일 기각했다.
해당 사건은 그대로 지나가는 듯했으나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고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뒤늦게 가해자인 상근예비역 상병은 구속됐다. 처음에는 없던 구속사유가 생긴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월에는 해군 3함대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선임병들의 구타·폭언·집단 따돌림을 당했으나 가해자와의 분리 등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전입 4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같은 점을 봤을 때 드라마 D.P가 그저 옛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는 지적이다.
책임 소재가 명백한 사건에서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육군에서는 진지공사를 마치고 사격장 뒷길로 복귀하던 병사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군은 관련자 3명인 사격훈련통제관 중대장과 병력인솔 소대장 및 부소대장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자 소대장 및 부소대장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중대장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데 그쳤다. 군 간부의 명백한 과실로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으나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이 사건 외 2017년 이후 육군 피해자 사망 사건 판결 총 9건 중 실형이 선고된 건 0건이고 벌금이나 집행유예만 있었다.
김병기 의원은 "적어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의구심과 원통함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고 그것이 국가의 부름에 응한 병사들에 대한 의무"라며 "군 사법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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