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연주하는 아코디언..허먼 콜겐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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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떠 있는 듯 걸린 아코디언 13개가 스스로 숨 쉬듯 소리를 내뱉는다.
캐나다 출신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허먼 콜겐(64)이 파라다이스시티 내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 사운드 설치 작품 '어반 윈드'(URBAN WIN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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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허공에 떠 있는 듯 걸린 아코디언 13개가 스스로 숨 쉬듯 소리를 내뱉는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코디언 음들이 공간을 채우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
외부에 설치된 센서에 감지된 풍속과 풍향 등의 데이터가 전기신호로 전환돼 아코디언에 전송되고, 이에 따라 매번 다른 음이 나온다. 작품이 전시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부는 바람이 연주하는 셈이다.
전시장 바닥 LED 화면에는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인다. 영종도가 아닌 캐나다 몬트리올의 하늘 영상이다. 인천과 몬트리올의 하늘이 호흡하며 공감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캐나다 출신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허먼 콜겐(64)이 파라다이스시티 내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 사운드 설치 작품 '어반 윈드'(URBAN WIND)이다.
'인스케이프-보야지 투 히든 랜드스케이프'(INSCAPE-Voyage to Hidden Landscape)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어반 윈드'를 비롯한 8개 작품을 소개한다.
허먼 콜겐은 설치, 영상, 공연,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융합한 작업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작가다. 국내 전시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인간의 삶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오랜 시간 탐구해온 작가는 전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가 맞이할 세계를 고찰한다.
바이러스를 다룬 실험 데이터 등을 관람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시각, 청각 작업으로 변환하고, 프랑스 국가 핵물리 연구센터의 핵 충돌 실험 결과를 실시간으로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박테리움'(BACTERIUM)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감염과 전염을 일으키는 프로테우스 미라빌리스균을 연구한 결과를 예술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시장 밖 공간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가로 80m에 달하는 원더박스 건물 외벽이 웅장한 미디어아트 스크린이 된다. LED 스크린으로 세 벽면을 두른 스파에서도 작품이 상영된다.
이번 전시에 맞춰 내한한 허먼 콜겐은 "팬데믹 이전부터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는 주제를 다뤄왔다"라며 "먼지나 바람, 박테리아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많고, 항상 그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바람과 바이러스 등을 작품 소재로 활용한 작가는 이 밖에도 망막이란 뜻의 '레티나'(RETINA) 등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인간과 자연, 내면과 외면의 경계를 묻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온 팬데믹을 경험한 이후에는 특히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녹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라며 "빙하가 녹는 것은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도 안타까워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6일까지인 허먼 콜겐 전시와 연계해 파라다이스시티에선 오는 24일까지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가 참여하는 '인스케이프 슈퍼 위크' 페스티벌이 열린다.
허먼 콜겐 외에 캐나다 작가 매튜 비더맨, 루카스 패리스의 작품이 소개되고 한국 작가로는 마키나, 여노 등이 참여한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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